[fn사설] 확 오르는 담뱃값, 증세 설명 따라야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담뱃값을 갑당(20개비) 2500원짜리를 기준, 2000원씩 올리겠다고 밝혔다. 1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제출한 종합금연대책을 통해서다. 대책은 편의점 광고 규제 및 금연 홍보를 위한 여러 방안을 담았지만 핵심은 담뱃값 인상이었다. 담뱃값 인상은 2004년 갑당 2000원에서 2500원으로 500원 올린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정부는 내년 이후에도 물가와 연동해 가격을 조정하겠다고 밝혀 담뱃값은 해마다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인상 이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배에 이를 정도로 높은 성인 남녀 흡연율(43.7%)과 저렴한 담뱃값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국의 담뱃값은 OECD 회원국 평균(7000원)에 한참 못 미치고 노르웨이·호주(약 1만6000원)에 비하면 15%를 겨우 넘을 정도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국민건강을 염려해서라기보다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증세'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중독성이 강한 담배의 특성상 애연가들의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음을 틈탄 세금 짜내기에 다름 아니어서다. 현재 걷히는 담뱃세는 한 해 6조8000억원가량이다. 25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담배 한 갑의 제조원가와 유통마진은 950원에 그치고 나머지 60.2%(1550원)는 정부와 지자체 몫이다. 담배소비세(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354원), 부가가치세(227원), 폐기물부담금(7원)등의 명목으로 복지부·안전행정부·기재부 등이 떼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에 내년부터 종가세 방식의 개별소비세를 추가하고 건강증진부담금의 비중을 14.2%에서 18.7%로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으로 매년 더 걷힐 세금 약 4조6000억원의 용도를 세분화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쓸 몫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올 한 해만도 약 10조원 규모의 세수부족이 예상되는 데다 내년 세출예산을 올해보다 5.6%(20조원) 늘리기로 한 정부 입장에서 담뱃세는 그야말로 가뭄 끝의 단비인 셈이다.

담뱃세를 더 걷어서라도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정부 방침은 원론적으로 옳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은 분명한 증세다. 증세는 없다며 박근혜정부가 다짐한 지금까지의 약속을 뒤엎는 일이다.

세금 걷기 편하다고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담뱃값을 단숨에 두 배 가까이로 올리는 것은 애연가들에게 징벌이나 마찬가지다. 전 국민의 40%가 넘게 관련된 문제라면 토론과 사전 홍보를 거치는 게 마땅하다.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것이 아니라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인상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금연 및 흡연예방 지원에 1.2%밖에 쓰지 않고 다른 데 쏟아붓는 담뱃세의 용도도 뜯어고쳐야 한다.

야당에서는 서민 주머니를 턴다며 계획 백지화를 촉구하지만 담뱃값 인상은 옳은 카드다. 정부의 매끄러운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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