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구(舊)외환전산망이 첫 가동된 건 외환위기가 수습돼 가던 지난 1999년 4월 1일이다. 놀랍게도 이 당시만 해도 금융권 전체의 외환거래 현황을 알 수 있는 종합전산망은 없었다.
"외환시장 개방은 한국경제를 또다시 투기자본의 복마장으로 만들어 제2,제3의 외환위기를 초개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올 때였다. 그런 점에서 외환전산망은 핫머니로 외환시장을 교란시키는 국제 환투기꾼들의 접근을 감시하고, 단기외채유입을 관리할 수 있는 유용한 틀이었다. 또 당시만해도 수작업으로 처리했던 외국환은행들의 외환거래 실적이 컴퓨터로 집계하는 길이 이때부터 열리게 됐다.
새로운 시스템은 정보 권력을 야기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양간 고치는 심정으로 만든 외환전산망으로 모여든 외환거래 정보는 1차적으로 한은의 분석작업을 거쳐 국세청, 관세청,기획재정부 등에 보내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금융감독원은 한은이 제공해주는 보고서에 만족하지 않고 전산망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거래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다. 금융위기 이후 환투기 실태와 수출기업의 환 헤지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은 측에 정보제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게 정보의 전면 개방을 요구한 계기였다. 전산망을 둘러싼 두 기관간 갈등이 심화되자 급기야 기재부가 '정보공유 조정회의'를 열어 사태를 진화했다.
사실 정보 공유에 대한 불만은 금감원 뿐만이 아니었다. 기재부 역시 정보 갈증을 호소했다. 지난해 기재부가 한은 총재의 외환정보 제공 제한권을 조정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제 한은 측으로부터 기본적인 외환거래 데이타를 받기까지 꼬박 2~3주나 걸렸다"고 토로했다.
더딘 정보 제공 속도는 낡은 전산망 탓도 있었다. 이날 한은 외환전산망재구축반 주연순 반장은 "느린 처리속도와 잦은 기기과부화 문제로 자료 검색시 2분이상 걸렸으나 새 전산망 가동으로 자료 검색 시간을 10초 이내로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3년에 걸쳐 1066억원을 들여 구축한 새 전산망엔 각종 국제금융기구의 정보와 외환부분 모니터링, 분석기능이 한층 강화됐다. '2.0'으로 업그래이드 된 시스템이 시시각각 급변하는 외환시장에서의 두 기관의 정책공조도 업그래이드시킬지 주목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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