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IP 리더를 만나다] 창립 50주년 한국지식재산학회장 윤선희 한양대 교수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내 원천기술 많아져야 지식재산 학문도 발전"
한·중·일 IP 교류 주도 관련 법·제도 정비 앞장
지재학회 향후 50년 인재양성에 주력 
"지재권 분쟁 이제 시작.. 해외진출 기업들 초반부터 철저히 대비해야"

윤선희 교수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에서 책을 꺼내고 있다. 윤 교수는 현실에 활용되지 못하는 지식재산권 학문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사진=서동일 기자
윤선희 교수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에서 책을 꺼내고 있다. 윤 교수는 현실에 활용되지 못하는 지식재산권 학문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사진=서동일 기자

'변리사'라는 직업을 두고 "병아리 감별사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받던 시기,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IP)' 신학문에 운명을 걸었던 이가 윤선희 교수(59.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다.

"특허법 관련 제대로된 서적 한권도 없던 때였어요. 책이라면 일본 수험서 번역판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상황에 더 끌렸어요. 엄청난 세계가 국내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으니까요."

1980년대초반 미국 유학길에 올랐지만 그 곳 역시 토대가 튼튼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방향을 틀었다. 그 곳이 일본이다. 학문적으로 비교적 앞섰던 관서지방 고베에서 학부부터 다시 시작해 박사까지 마친게 1990년대초반. 학업중간에 현지 대학 교수직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자리보다 공부에 욕심을 더 냈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가르침을 줄 권위자가 많지 않았던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이 역시 윤교수에겐 오히려 자양분이 됐다.

"해외서도 전문가가 될 수 있겠구나싶었던 거죠. 이 분야가 학문의 블루오션이라는 걸 느낀 겁니다. 하면할수록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한국 지재권 박사 1호 윤교수의 'IP 도전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국내 지식재산분야 개척자 역할을 해온 윤 교수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지식재산학회 회장직에 최근 연임됐다. 지적재산 한.중.일 국제교류를 주도하고, 관련 법.제도 정비 등에 앞장선 공로가 인정된 결과다. 이 학회의 뿌리는 1966년 출범한 한국공업소유권학회에 있다. 초기 변리사 중심으로 운영되던 학회는 1990년대 들어 특허청 공무원.기업.법학교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산업재산권법학회로 확대됐다가 2010년 출범한 한국지식재산학회와 2014년 통합, 간판을 지식재산학회로 바꿔달았다.

윤교수는 "학회를 통해 지재권 분야가 하나의 학문으로 정착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학회는 특허법원 도입, 지식재산기본법 제정 등 굵직한 국내 IP정책 수립에 막후 역할을 했다. 그는 학회의 향후 과제를 '인재 양성'에 두고 있다. "정부의 지재권 분야 대중화 노력은 어느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전문화를 이루진 못했다. 핵심인력 양성, 활용 모든 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학회는 이 문제를 풀어야한다. 핵심 인재를 키우는데 향후 50년을 바쳐야한다"는 게 윤교수의 비장한 각오다.

그는 현장에서 이용할 수 없는 지재권 학문은 쓸모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이 학문은 기술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는 소신도 확고하다. "학문이 앞서고 기술이 뒤따라가면 후진적인 겁니다. 기술은 뒤에 있고 이론은 저만치 앞섰던 게 1960년대 이전이죠. 국내 지재권 문제는 특허출원 세계 4위를 자랑하는 특허강국이면서도 핵심기술이 빈약하다는 겁니다. 원천기술이 있어야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만의 특허와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윤교수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지재권 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미국뿐아니라 일본과 중국도 국내 기업 지재권 분쟁 상대로 부각되고 있다. 제품 수출, 해외서 짓는 공장 등 이 모든 작업은 계약단계에서 철두철미한 검토가 수반돼야한다. 상대국 법리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춰 기술정보를 관리하는 게 시급하다. 이게 잘못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게 윤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정보통신(IT)과 바이오가 접목된 새로운 지재권 개념과 분쟁이 향후 중요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첨단기술과 짝을 이루는 지식재산분야는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어려운 영역인 것도 사실이다. 윤교수는 "인식하지 못할뿐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사람을 빼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지식재산에 해당된다. 사회는 지식에 의해 발전하지 않았나. 그 가치와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이 지식재산권"이라고 정리했다.

시대 흐름에 민감한 지재권 학문은 교수들과 전공자들에게 쉼없는 연구를 요구한다. 윤교수는 이런 학문의 속성이 실은 큰 즐거움이라는 말도 했다. "헌법처럼 여간해서 바뀔게 없는 법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교수들도 살아남기 힘들어요. 순간 흐름을 놓치면 강단에 설 수조차 없습니다. 20년.30년후 산업, 미래 기술을 읽을 수 있어야해요. 정말 흥미진진한 학문 아닙니까."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윤선희 한양대 교수는..

△경북 예천 △일본 고베대 법학박사 △ 일본 동경대 대학원 객원교수 △한국중재학회장 △한국산업재산권법학회장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장 △한양대 법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한국지식재산학회장(현)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정보통신전문위원장(현) △문화콘텐츠와 법연구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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