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진해운, 해외 네트워크 무너진다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4 17:13

수정 2016.10.04 22:18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영업네트워크 붕괴 우려
중국 법인 퇴직신청 받아.. 해외 직원들 감원바람
한진해운, 해외 네트워크 무너진다

한진해운이 해외에서 고용한 직원을 줄이고 있어 직원들이 수십 년 동안 다져온 영업 네트워크가 허무하게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운사 네트워크는 자금만 투입한다고 해서 단기간 내에 구축하기 어려운 무형자산으로 평가된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중국 법인 '한진해운중국유한공사'는 최근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미 현지 직원 600여명 중 30%가 회사를 떠났으며, 회생계획안이 제출되는 11월까지 인력의 절반 이상을 감원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중국유한공사는 중국을 비롯해 대만과 홍콩 등 11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 고용된 직원들에 대해 각 법인이나 지사가 판단해 인력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진해운과 이탈리아 업체의 합작회사인 '한진 이탈리아'는 운송관련 노동조합을 통해 현지 직원 92명에 대한 이직계획을 세우고 있다. 런던지점 현지 직원들은 이달 월급이 밀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00명으로 추산되는 한진해운 해외 직원에 대한 문제는 법정관리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조업체와 달리 컨테이너 선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얼라이언스 퇴출, 화주 이탈 등으로 영업이 전면 중단되기 때문이다.

영업은 물론 고객서비스, 컨테이너 관리 등에 대해 현지 당국과 화주 등을 상대하던 법인들은 한진해운의 신규 운송 주문이 끊겨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배송 지연이 계속되자 해외 현지 직원들은 수출입업자나 항만서비스 업체 직원들에 의해 신변의 위협마저 받고 있다. 한진 중국 톈진지점에는 납품업자에게 고용된 괴한이 칼을 들고 침입하기도 했다.

또 인도 뭄바이에서는 하역업체가 미수금 문제로 한진 직원을 위협, 한국 영사관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상황이다. 방콕지점 직원들은 채권자들이 직원들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법원으로부터 이동금지 명령 소송을 걸 가능성이 높아 직원들을 주변국으로 피신시켰다.

이는 한진해운이 주요 수입국인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1년 소비물량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해 1년 중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수출입업자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해외 영업망 축소와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그간 길게는 60년 전부터 짧게는 20년 전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한진해운의 해외 네트워크가 고스란히 날아가 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기계설비 같은 실물자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인적 자원을 통한 네트워크가 중심"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진해운의 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 놓은 전 세계 영업망은 다시는 구축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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