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건국절 어쩌나″...고민에 빠진 검정역사교과서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업계 "교육과정-집필기준 바뀌지 않으면 교과서 안만들수도"

교육부가 2018년부터 국·검정 역사교과서 혼용을 발표하면서 교과서 출판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변화가 없는 한 검정교과서가 국정교과서의 아류작이 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른 비난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 출판사들은 교육부가 검정교과서 제작을 위해 건국절 등 민감한 사안에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9일 출판계에 따르면 역사교과서 출판사들은 2018년부터 국·검정 혼용이 발표된 가운데 제작여부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현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출판사는 교학사, 금성출판사, 동아출판,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 리베르스쿨 등 8곳. 일찌감치 역사교과서 발행을 중단키로 한 금성출판사와 국정교과서 출판사인 지학사를 제외한 6곳이 검정 역사교과서를 놓고 고민중이다.

교육부의 혼용 결정으로 검정교과서를 만들게 됐지만 출판사들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간적인 촉박성과는 별개로 내용상 국정교과서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 역사 교과서업체 관계자는 "검정교과서를 제작한다는 방침이지만 건국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고민하게 될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1년 유예를 결정하며 한발 물러선 만큼 이 부분도 정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그대로 검정에 적용하면 국정교과서와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출판사가 비난받을 게 뻔하고 집필자 섭외부터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필기준이 동일하면 검정교과서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기해야 통과가 가능하다. 검정교과서를 집필할 교수·교사들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집필진이 이를 받아들이고 검정을 통과해도 기존에 나와 있는 국정교과서와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애써 검정교과서를 만들더라도 오히려 비난만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또 다른 교과서 업체 관계자도 "새로 검정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집필기준이 다시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국정교과서용 집필기준으로 제작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집필기준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도 바뀌야 한다"면서 "현 교육과정은 건국절 사관 등 뉴라이트 시각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그달라지지 않는 한 현재 제기된 문제는 바뀔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가 제시한 일정을 보면 국정교과서와 같은 시각과 사관으로 검정교과서를 만들라는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