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증권사 발전 30대 과제 발표
은행.해외IB보다 규제 과도.. 대출.IPO 등 토털 금융 목표.. 사모펀드에 슈퍼개미도 참여.. 기업 모험자본 공급 원활히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 손질에 나선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보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업계에 적용된 과도한 규제로 인해 다양한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업계는 그동안 까다로운 증권사 규제가 직접금융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연초부터 증권사 규제완화 방안을 준비해왔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2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증권회사 국내외 균형발전 30대 과제'에는 기업 인수합병(M&A)에서의 규제 완화, IPO.사모펀드.회사채 발행에서 투자자의 영역을 확대하는 안이 대거 담겼다.
황 회장과 증권사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 다른 금융기관, 해외 투자은행(IB)에 비해 국내 증권사가 불합리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부문 100건을 선정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30가지 핵심과제를 추려낸 것이다.
이날 황 회장이 브리핑에서 강조하고 나선 것은 M&A 기업 합병가액의 산정 문제였다. 그는 "'상식에 맞지 않은 합병가액'으로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개인적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제도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삼성물산의 가치가 5년 중 가장 저평가됐을 당시 이뤄졌다. 두 회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 1(제일모직)대 0.35(삼성물산)로 하는 합병계약을 했고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은 회사 합병에 찬성했다. 잘못된 합병비율로 국민의 노후자금에 손실을 끼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랐다.
또 이날 황 회장은 골드만삭스가 기업 대출부터 지분투자, IPO 주관사 업무까지 도맡으며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를 들며 국내 증권사도 올스톱으로 기업의 금융업무를 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 30대 과제는 IPO를 비롯해 사모펀드.회사채 투자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가령 사모펀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슈퍼개미로 불리는 '전문 개인투자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황 회장은 투자자 보호 영역에서 슈퍼개미는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가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은 뒤처진 기업금융자금 조달영역 때문이다. 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직접금융 자금조달 비중은 2011년 8.6%에 달했으나 2016년 6.1%로 2.5%포인트 줄었다. 협회 관계자는 "자본시장은 기업 라이프사이클에서 기업 발굴과 투자, 회수, 재투자를 만들어가는 여건이 부족하다"며 직접금융 자금조달 시장이 점점 축소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방안 추진을 통해 업계는 새 정부의 일자리정책 기조와도 보폭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업계는 다수의 혁신기업을 지원해서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자산관리 영역에서 전문가를 육성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협회 측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등은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황 회장은 초대형 IB가 은행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은행이 대하는 기업금융 고객과 증권사가 만나는 기업금융 고객은 영역 자체가 달라 초대형 IB가 은행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남건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