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권계획' 초안, 제대로 된 반성 없이 나와"
법무부 주최 '2017~2021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수립을 위한 공청회'
인권은 고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회 변화에 맞춰 시시각각 바뀐다. 따라서 무엇이 인권이고 인권을 어떻게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이하 인권계획: National Action Plan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은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인권계획은 인권과 관련된 법·제도·관행 개선을 목표로 정부 각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종합계획이다. UN에서 1993년부터 시행을 권고하고 한국은 2003년 1차 인권계획을 시작으로 5년마다 새로운 인권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과거 인권계획 분석없이 인권계획 발표 안돼"
30일 법무부 주최로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7~2021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수립을 위한 공청회'는 올해 말 3차 인권계획 발표를 앞두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전문가들은 "정부의 3차 인권계획 초안은 이전 인권계획에 대한 평가 없이 만들어졌다"며 "시민사회와 협의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 등 인권 단체를 대표해 연단에 오른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1, 2차 인권계획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3차 인권계획 초안이 나왔다"며 "올해 말까지 무리해서 인권계획을 발표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당초 지난해 말 3차 인권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확정안 발표가 1년 넘게 연기됐다. 이전 인권정책에 대한 자체평가 역시 이달 12일 발표한 법무부 보고서에서는 '자체평가를 안건으로 상정해 확정할 예정(2017년 0월)'이라고 쓰여있지만 아직 시행하지 않았다.
자유권 분야에 강연자로 나선 나현채 변호사도 "3차 인권계획 보고서를 보고 당황했다"며 "사형제도와 관련된 인식과 사법기관의 판례는 많이 바뀌었지만 사형제도 관련 인권계획은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완전히 똑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외 사형폐지국의 여론, 사형 구형 빈도 등 제시할 자료가 많은데 모두 빠졌다"고 덧붙였다.
정보인권에 대해 발표한 오길영 신경대 교수 역시 "이미 정보인권은 빅 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정보통신기술이 범람하고 있다"며 "그런데 인권계획 초안을 보면 여전히 과거 기술을 중심으로 서술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이 굉장히 많이 빠져있고 해석조차 달라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더 나은 인권계획 위해 시민사회와 협의 강화
전문가들은 소통 강화도 요청했다. UN은 2002년 발간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안내서'에서 '절차와 결과 모두 중요하다' '시민단체 및 국민과의 포괄적이고 집중적인 협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교육권을 발표한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계획 수립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소통이 절실하다"며 "형식적인 공청회만으로는 시민 참여라 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사실상 시민단체를 배제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며 "앞서 인권계획에 대한 권고 사항이나 분석한 내용을 누락하고 공개하지 않아 의도적이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법무부 관계자를 포함해 40여 명의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법무부는 이후 국가인권정책협의회 논의와 국무회의 보고를 거쳐 기본계획을 공표할 예정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