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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과거 국정원, 특활비로 호텔 '안가' 마련해 취조, 도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21 15:22

수정 2018.01.21 15:22

"도청장치 설치, 미림사건 컨트롤타워" 주장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전경/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전경/사진=연합뉴스
전 정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정계에 제공된 정황이 검찰에 포착돼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정원이 특활비로 서울 유명 호텔의 객실을 안전가옥(안가)으로 장기 임대해 취조·정보수집·도청 등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한 호텔의 일반 객실이 과거 국정원 불법 도·감청 조직인 '미림팀'의 컨트롤타워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특활비 유용은 물론, 관계자 방어권·인권 등 침해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1일 전직 공안기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1975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 A호텔 2XXX호실을 안가로 사용했다. 특활비로 해당 객실을 전세임차해 직원 2~3명이 숙박하면서 취조·정보수집·도청 등을 했다는 것이다.



■법조계 "방어권·인권 침해 등 소지 커"
이 기간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로, 국정원 명칭이 중앙정보부(1961~1980년), 국가안전기획부(1981~1998년)를 거쳐 국가정보원(1999~)으로 변경됐다.

A호텔 외에 또 다른 유명 호텔인 B호텔 등 여러 호텔 객실을 안가로 사용했고 국정원 분과마다 1~2곳씩 뒀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 공안기관 관계자는 "당시 호텔 측은 국정원이 호텔을 안가로 사용하며 뒤를 봐줄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어 환영했다"며 "이 때문에 객실을 재계약할 때마다 입주 초기 전세금으로 싸게 객실을 얻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현재 A호텔 2XXX호실은 소유주 명의가 호텔로 돼 있고 누구나 이용 가능한 상태다. 호텔 관계자는 "너무 오래 전 일이어서 해당 호실의 예전 사용자가 기록돼 있지 않고 지금은 객실 전세 계약이 불가능하다"면서도 "어느 객실인지는 모르지만 과거 장기 계약 고객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A호텔 2XXX호실 등 호텔 객실 내 테이블·화장실 등에 도청장치를 설치, 정·재계 인사들을 객실로 데려와 조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내에 위치한데다 이목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공안기관 관계자는 "정보기관 특성상 매일 아침 남산 청사로 출근하기 어려운데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야 해 호텔 객실 안가가 필요했다"며 "문민정부 출범 후부터는 불법연행이 자유롭지 못한 점도 한몫 했다"고 설명했다. 남산 청사는 1995년 국정원이 내곡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중정과 안기부가 있던 곳이다.

이 관계자는 A호텔 2XXX호실이 이른바 미림팀의 컨트롤타워이자 회의 장소였다고도 말했다. 당시 미림팀장의 지시로 팀원들이 대기업 관계자들을 객실과 식당 등으로 불러 조사했고 조사 내용은 몰래 녹취했다는 것이다. 당시 사건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구속된 바 있다.

■국정원 "사실 아닌 것 같고 비밀정보활동 확인 부적절"
법조계는 변호사를 대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가 조사를 벌이는 것은 방어권·인권 등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한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신일수 법무법인 천일 대표변호사는 "정상적인 업무에 쓰라는 특활비를 아지트 같은 호텔 방을 빌려 안가로 운영했다면 본래 목적에 반하는 행위"라며 "특히 호텔에서 피의자를 조사했다면 방어권·인권 침해, 변호사교통권 등 법률적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국정원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면서도 "비밀 정보활동 관련을 정보기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