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지금 평양] 평양발 남방정책의 명과 암

뉴스1

입력 2019.01.05 09:00

수정 2019.01.05 09: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편집자주]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서울에서 약 200k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차로 달리면 3시간가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지만 이념의 차이는 선명한 공간의 단절도 남겼습니다.

공존하지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평양의 일상생활부터 지도부의 숨겨진 모습까지 북한의 이모저모를 전하고자 합니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 포석 둔 北 신년사…제재 해결 '숙제' 제시
남북관계 진전과 '상황관리' 필요한 정부의 부담 상승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당면하여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지난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이 같은 제안을 던지자 이를 모니터로 지켜보던 통일부 출입기자들의 입에서 "아이구"라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이 "아이구"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겼습니다. 오랫동안 묵힌 숙제가 풀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만만치 않을' 올해 남북관계 이슈를 맞이한 당혹감도 섞여 있는 탄식이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제안한 것은 다목적 포석을 둔 것입니다. 대북 제재 완화 자체는 물론 북미 협상에서의 남한 정부의 '중재자' 혹은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의도가 담겼습니다.

그리고 이 포석에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치밀한 계산도 내포돼 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으로 우리 측의 움직임을 압박한 것입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입니다. 당시 남북 정상은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두 사업을 재개한다는 전제를 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정상 간에 원칙적으로 합의가 된 사안을 다시 신년사에서 거론한 것을 두고 남측에 "이제 조건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중재자'의 역할은 대북 제재 완화에 기여하는 것. 이번 북한의 신년사에서 제시된 남북관계 확대의 전제 조건, 혹은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북 회담에 관여했던 전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행보가 이어지자 "지금 남북관계는 우리의 대북정책이 먹힌다기보다 북한의 '남방정책'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의 긍정 평가가 최고점에 이렀을 시기에 나온 이 같은 평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우리는 '평양발' 큰 숙제를 하나 떠안게 됐습니다.

큰 틀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북한의 '남방정책'의 목표는 결국 '잘 먹고 잘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북한의 행보를 돌아보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 역시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쉽사리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던 대북 제재 문제를 '면제' 혹은 '완화'가 가능한 문제로 전환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협상 파트너를 찾았습니다. 남은 것은 성과를 내는 것뿐입니다. 신년사에는 이를 위한 희망찬 메시지들이 가득 담겼습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압박이 구체화되고 강해질 것입니다.

이 상황은 거꾸로 말해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으면 남북관계 대진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돌파구의 실마리는 내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와중에, 어디로 튈지 예상키 어려운 변수가 하나 나타났습니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체제 이탈입니다.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의 망명 시도는 그가 어디로 망명을 요청했는지 모른다는 점에서 사건의 향방을 가늠키 어려운 상황입니다.

유력한 행선지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으로 망명을 택할 경우 북미 협상의 변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는 민감한 정보를 쥐고 있는 외교관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한국행을 택할 경우, 북한의 반발로 인해 남북관계와 북미 협상은 엄청난 교착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망명을 거부할 경우 정부는 더 큰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관계 대진전의 가능성과 아직은 작지만 어떻게 진화할지 모르는 하나의 변수. 올해 신년사 국면에서 제가 본 평양발 남방정책, 대남정책의 명과 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