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겁없는 전기차 중소기업? 10년 뒤엔 테슬라와 경쟁할 것"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2 16:52

수정 2019.01.22 20:41

김두일 선임기자가 만난 사람 ―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
작년 서울 전기시내버스 입찰, 쟁쟁한 국내외 업체 제치고 따내
4차산업혁명, 中企에도 기회 열려..다음 세대 위한 먹거리 만들고파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가 지난 17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올해엔 흑자 원년을 이루고, 10년 후에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현대차를 뛰어넘어 미국의 테슬라모터스와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가 지난 17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올해엔 흑자 원년을 이루고, 10년 후에는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현대차를 뛰어넘어 미국의 테슬라모터스와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를 뛰어넘어 테슬라를 따라잡겠다." 미래형 자동차인 전기차 분야에서 현대차와 글로벌 전기차 테슬라모터스에 도전장을 던진 겁없는 중소기업이 있다. 바로 토종 전기차 생산업체 에디슨모터스다. 이름에만 자동차회사라는 생각이 들 뿐 대기업 중심인 국내·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선 여지껏 듣도 보도 못한 회사 이름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내공이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벌인 전기 시내버스 국제입찰에서 쟁쟁한 대기업을 따돌리고 당당히 납품에 성공했다. 입찰 과정에서 기술력과 품질,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다. 이 전기 시내버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시내를 운행하며 시민의 건강한 발이 돼주고 있다.

■"현대차·테슬라와 당당히 경쟁할 것"

에디슨모터스의 강영권 대표는 지난 1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올해엔 흑자 원년을 이루고, 10년 후에는 현대차를 뛰어넘어 테슬라모터스와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돼지띠, 그것도 황금돼지띠로 올해로 딱 환갑을 맞은 강 대표를 만나 회사 경영에 대한 비전과 포부를 들어봤다.

에디슨모터스를 소개하자면 먼저 강 대표의 독특한 이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강 대표는 원래 공중파 방송의 잘나가는 프로듀서(PD)였다. PD 재직 때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제작했으며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한때 40% 넘는 역대 최고 시청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1997년 퇴사한 뒤 외주제작사 CAA를 차렸다. 절찬리에 방영된 MBC의 'TV 특종 놀라운 세상'이 바로 CAA에서 외주로 만든 그의 작품이다.

강 대표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CAA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2003년 신재생에너지 업체 ES청원에 투자하며 친환경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연평균 매출 25% 이상의 고성장세를 이어가며 큰 성공을 거뒀다. 여기에서 거둔 성공을 밑거름 삼아 전기자동차 회사 대표로 또 한번 변신에 나섰다. 강 대표는 ES청원 지분을 매각하고 신소재 전문기업인 한국화이바의 친환경차사업부를 인수했다. 1998년 친환경버스 개발에 뛰어든 이 회사는 2010년 국토교통부로부터 세계 처음으로 전기버스 자동차 인증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키웠다. 2015년 중국 타이치모터스에 매각됐다가 2017년 강 대표가 품에 안았고, 회사 이름을 에디슨모터스로 바꿨다.

■"미래먹거리 만들어 사회에 봉사"

사실 강 대표는 안정적 삶과 장래성이 탄탄한 잘나가는 회사를 팔고 이렇게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선 데 대해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벌어들인 수익을 공익에 쓰고, 사회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는 "죽을 때 정말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스스로 물음을 던진다"며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그 해답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이런 의지와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강 대표는 회사를 인수한 지 2년도 안돼 서울시 입찰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내버스 공급사업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것도 국제입찰에서다. 강 대표는 "서울 시내버스의 우선공급사업자로 선정된 만큼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품질 좋은 친환경 전기차 시내버스 공급으로 시민에게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현대차나 테슬라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비결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력을 꼽았다. 4차 산업혁명과 5세대(5G) 이동통신, 이른바 5G시대 초연결사회에서 자동차는 종전의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아무리 굴지의 기업이라 해도 시장의 변화를 앞서가거나 따라잡지 못하면 20세기 최고 전자기업인 노키아나 샤프처럼 도태되는 세상"이라면서 "반대로 신생 중소벤처기업이라도 패러다임 변화를 잘 읽고 잘 대처한다면 무궁무진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동시에 정부정책도 이런 시대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며 "미래 산업과 신산업에서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같은 기회가 열리는 만큼 대기업 중심의 정책은 가급적 지양하고 경쟁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열린 정책을"

강 대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정부의 수소차정책을 "현실성이 떨어지는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꼬집는다. 정부가 잡은 생산계획(연내 4000대)은 물론이고 충전소 건설에 따른 부지 확보 및 시설투자비 등을 감안하면 경제성이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의 견해다. 강 대표는 "전기차업체에도 수소차 지원에 준하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동차정책에서 대기업 만능주의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토대 위에서 오직 안전과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 대표는 광주형일자리 모델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광주형일자리 프로젝트는 노동계의 높은 기대 수준에도 문제가 있지만 특정 기업에 매달리다보니 해법이 나오지 않는 만큼 문호를 다른 기업에 개방하고 지원방안 등에서 발상을 전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1개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나서는 데는 자금력 등에서 한계가 있지만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와 생산을 공동으로 하는 방안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대표는 "올해는 안돼지요가 아니라 반드시 돼지요. 그것도 황금 돼지요"라는 아재개그를 펴며 껄껄 웃었다.
지금은 분명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아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비친다.
하지만 10년 뒤엔 에디슨모터스가, 자동차산업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강 대표의 당찬 포부가 이뤄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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