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면옥 철거 논란에 '생활유산 13곳' 꺼낸 박원순 시장
흥남집·신창면옥·평래옥·송림수제화·우래옥·종로양복점 등
"2015년 지정해놓고 지금 와서…" 정책 일관성 도마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서울시가 을지면옥 철거 논란이 일자 세운상가 주변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노포(老鋪·오래된 가게)를 보존하기로 했다. 이 일대 생활유산은 을지면옥을 포함해 총 13곳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재검토 근거로 '생활유산'을 내세웠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세운3구역 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 양미옥 등은 중구청과 협력해 강제로 철거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구상가가 밀집된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도 종합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나아가 향후 정비 사업에선 서울의 역사를 닮고 있는 유무형의 생활 유산은 철거하지 않고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도 했다.
생활유산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시설, 기술, 업소 등 유무형의 자산을 말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역사도심기본계획'을 통해 생활유산을 지정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에 노포 철거 논란이 된 세운상가 일대에는 총 13곳의 상가가 생활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그동안 알려진 을지면옥·을지다방·양미옥·조선옥과 흥남집·신창면옥·평래옥·송림수제화·우래옥·방산시장·중부시장·함흥냉면·종로양복점이다.
강맹훈 도시재생실장은 "생활유산은 강제철거하지 않고 보존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영세업자 등 나머지 상가는 기존 원하던 대로 의견을 수렴해 개발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생활유산으로 지정됐더라도 해당 주체가 개발을 강하게 원하면 강제로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서울시의 이번 결정에 박원순 시장의 예측 불가능한 시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용산·여의도 통합개발계획을 내놓았다가 일대 집값이 폭등해 여론이 악화하자 보류시킨 데 이어, 이번에도 노포 철거 논란이 일자 장기간 진행한 개발 사업을 갑작스레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세운지구 정비 사업 계획 수립 당시(2014년)에는 생태계 보전 계획 등 공간적인 부분에 집중하느라 생활유산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문화유산에 대한 시민 의식과 사회적 흐름이 빠르게 변하면서 2015년 생활유산을 검토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2015년 지정된 생활유산을 그동안 간과하고 있다가 을지면옥 철거 문제가 논란이 되고 나서야 뒤늦게 보존 이유로 내세운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앞으로 세운상가 일대에서 보전할 곳과 정비할 곳의 원칙을 정해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소유주 및 상인, 시민사회단체, 관련 분야 전문가와 협의를 통해 올해 말까지 세운상가를 포함한 도심전통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여론을 수렴하는 것도 좋지만, 정책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런 문제가 거듭되면 차기 행보를 위한 표 관리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