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결혼자금까지 날려"… 수사기관 농락 보이스피싱
검찰·경찰 대표전화번호로 발신..휴대폰에 원격조종 앱 깔게 한 뒤 계좌자금 파악 후 이체 종용 갈취
피해자 돈을 암호화폐로 환전..추적할 수 없어 속수무책 당해.. 하루 평균 100여건 2800억 피해
#. 최근 경기권에 거주하는 A씨(68)의 휴대폰에 경찰 대표 전화번호인 02-112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본인이 형사라고 밝힌 상대방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수사 중인데, 범죄조직이 선생님의 은행 계좌를 겨냥하고 있다"며 보안프로그램 앱을 핸드폰에 깔라고 제안했다. 이에 A씨는 범죄 피해를 우려, 휴대폰으로 상대방이 알려준 사이트에 접속해 해당 앱을 설치했다. 이틀 뒤 이번엔 서울중앙지검 대표전화로 연락이 왔다. 김모 검사라고 주장한 상대방은 "계좌 금액 7000만원을 정부 계좌로 입금해 보관해야 안전하다"며 계좌 입금을 종용했다. A씨는 처음엔 의심이 들었지만 검찰청에 해당 검사가 존재했고, 검경 대표전화로 연락이 오면서 이들을 믿게 됐다. 결국 A씨는 알뜰히 모은 아들 결혼자금 7000만원을 이들의 계좌로 건넸고, 이들은 연락이 두절됐다. 경찰에 신고해도 "이런 유형 범죄가 너무 많으니 기다려보라"는 막연한 대답만 돌아오자 A씨는 자책감에 빠졌고 자살까지 시도했다. 현재 가족과 지인은 A씨가 자살 위험이 있어 번갈아 돌보고 있다.
■"원격조정 앱 설치" 신종수법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 원격조종 앱을 깔게 한 뒤 계좌 자금을 파악하고 갈취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기승을 부려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범죄조직들이 해외에 있는 데다 피해자들의 돈을 암호화폐로 환전해 추적되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27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중국 등 해외에 있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조직들은 국내 거주 불특정인들에게 경찰 대표 전화번호를 발신번호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고 있다.
범죄조직은 전화를 걸어 "계좌에 있는 돈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후 몇 시간 뒤 전화를 다시 걸어 "휴대폰에 보안프로그램 앱을 깔지 않으면 금전 피해를 입는다"며 앱을 깔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해당 앱은 범죄조직이 피해자의 인터넷뱅킹 계좌 금액을 확인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려고 112를 누르면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콜센터로 자동 연결되도록 조작한 원격조종 악성 앱이다.
계좌 금액을 파악한 일당은 2~3일 뒤 다시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 "정부에서 관리하는 계좌에 돈을 입금해야 피해가 없다"며 피해자를 설득해 이체받고 잠적하는 수법이라고 수사기관 측은 설명했다.
문제는 수사기관 대표전화로 걸려온 데다 사칭한 검사도 실존인물이어서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돈을 맡긴다는 것이다.
지난해 유사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사례는 전국 기준 하루 평균 100여건, 피해액은 총 2800여억원에 달했다. 최대 3억원의 개인 피해도 발생했다.
■암호화폐로 환전, 추적 불가능
검찰과 경찰은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범죄조직 검거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들이 해외에 있어 거리상 검거가 쉽지 않고, 암호화폐 거래소에 개설된 계정으로 돈을 받은 뒤 암호화폐로 환전해 추적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경찰이 성과를 낸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도 있지만 관련 범죄가 너무 많다 보니 수사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을 잡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수사기관과 해당 통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나 행정소송도 최근 수십건이 제기됐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간 피해자들은 "사칭하게 내버려둔 수사기관과 통화망이 뚫린 통신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기관 등이 범죄조직과 공범이 아닌 이상 수사기관 등에 책임이 전가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