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국민연금 기금위, 수탁위 의견 뒤집을까…한진 경영참여 주목
내일 적극적 주주권 행사 제안 속 정부 측 인사들 의견 관심
조양호 사내이사 연임 반대·주주권 행사 방향성 제시 가능성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다음달 1일 회의에서 대한항공·한진칼 등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참여형 적극적 주주권 행사 반대 의견에 기울었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뒤집을지 주목된다. 한진그룹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결정이 나면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를 처음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된다.
자문기구인 수탁자책임위 회의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내이사 해임 등 당장 경영참여형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에 기금운용위가 이러한 입장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속도조절'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7명이 반대하고, 2명이 찬성했다. 한진칼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는 반대가 5명으로 찬성 4명을 앞질렀다.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과도한 경영간섭과 연금 사회주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10%룰'도 걸림돌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특정 주주가 지분 10% 이상을 경영 참여 목적으로 보유할 경우 지분 변동 내역을 5거래일 이내 신고해야 하고 6개월 이내 단기매매차익을 법으로 정한 산식에 맞춰 해당 기업에 반환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어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면 거액의 차익을 돌려줘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국민연금의 10%룰 예외 적용이 가능한지 유권해석을 요청받은 금융위원회도 '예외는 없다'는 입장을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 대표 측 위원은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면 득보다 실이 많지 않느냐. 중요한 실익이나 필요성이 없다면 이번에는 지나가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라며 "10%룰은 국민연금만 예외가 될 수 없는 사항이라 어차피 안 된다고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 위원이 다수인 기금운용위의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전문위의 '반대 다수' 의견이 나온 지난 23일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해 한진그룹 사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정부 측 위원들이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 대표 측 위원은 "내일 적극적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제안이 있을 것"이라며 "수탁자 책임위에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 같은데, 기금운용위에서 다시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금운용위는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 측 당연직 5명, 사용자 대표 측 3명, 근로자 대표 측 3명, 지역가입자 대표 측 6명, 관계 전문가 2명 등 20명으로 구성됐다. 정부 측과 근로자 대표 측이 손을 잡고 일부 중립지대에 있는 위원들의 표를 확보하면 과반수를 만들어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측 인사들이 모두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찬성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사용자 대표 측 위원은 "정부 측 인사들이 여론에 의해서 판단하지 않고 객관적 논의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고, 근로자 대표 측 위원도 "정부 측 인사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표결에 들어가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기금운용위는 합의제 운영을 원칙으로 하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출석위원 과반수로 안건을 의결한다. 다만 지역가입자 대표 측 위원은 "내일 불혐화음이나 파열음이 날 상황은 없을 것"이라면서 "기금운용위는 전형적으로 절충하는 곳이다. 투표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한 적이 없다"고 표대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반대 등 소극적 주주권 행사에 그치되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선에서 논의가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당장 한진그룹에 칼을 겨누는 부담을 피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가입자 대표 측 위원은 "한진그룹은 우리가 예상 가능한 최악의 케이스일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이 향후 스튜어드십 코드의 방향성에 관련된 리딩 케이스가 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시그널은 확실히 보여줘야 된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수준의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