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당은 오는 11월 29일 국회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12월 2일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은 꼭 지켜야 하지만 정략을 배제한 심의도 중요하다. 여야 모두 빈사 상태인 경제를 살리는 대의를 좇으란 뜻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은 식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잡았다가 얼마 전 2.2%로 낮췄지만,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는 터라 내년은 더 걱정스럽다.
그래서 슈퍼예산이 필요하다는 정부·여당의 입장은 일면 이해된다. 노벨경제학상을 탄 폴 크루그먼 교수도 한국 경제를 콕 찍어서 확장재정을 조언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은 수출기업들에 대한 재정투입이 그런 범주에 든다고 본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키울 예산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7697억원의 일자리예산 등 일부 항목에서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대는 게 문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부정평가 이유 1위에 올랐다. 올해 대규모 추경까지 편성해 일자리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질 낮은 노인 알바일자리 외에 성과가 없었음을 국민이 체감한 결과일 게다. 북핵 국제제재 국면에 올해보다 10.3% 늘어난 남북협력기금(1조2200억원)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항목이다. 여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성격의 '눈먼 예산'은 반드시 걸러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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