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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권대희 사건' 담당검사 녹취록 공개, 수상한 재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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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법원 제출 녹취 공증본 본지에 보내와
성재호 검사, 경찰 기소의견 송치 '지휘' 발언
13개월 재수사 뒤 불기소, 유족 "깊은 고통"

[파이낸셜뉴스]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권대희씨 의료사고 사망사건’ 유족 측이 법원에 제출한 녹취록 내용이 확인됐다. 녹취록엔 담당 수사검사인 성재호 검사가 사건을 경찰 수사단계부터 지휘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도록 했다고 주장한 사실 등이 담겼다.

사건 핵심쟁점인 의료법 위반 혐의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13개월 넘게 끌다 불기소 처분한 검찰의 결정 뒤에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

[단독] '권대희 사건' 담당검사 녹취록 공개, 수상한 재수사
권대희씨 의료사고 사망사건 수사검사인 성재호 검사가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와 나눈 통화 녹취 공증본 한 대목. 권씨 유족 제공.
“제 지휘 받고 송치, 아시죠?”... 그런데 왜?

29일 권씨 유족 측이 파이낸셜뉴스에 제공한 녹취록 공증본엔 성재호 검사와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가 나눈 통화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대화는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이후 이씨가 담당검사에게 면담신청을 한 끝에 이뤄진 것으로, 지난 2018년 12월 31일 오전 11시 경 이뤄진 통화 가운데 일부다.

해당 녹취록은 재정신청을 담당한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됐다. 지난 19일자로 발행된 공증문건은 열린컴퓨터속기사무소가 작성했다.

통화에서 성재호 검사는 이나금씨에게 자신이 경찰을 지휘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녹취록 공증본에 적힌 성 검사의 말은 다음과 같다.

성재호 검사: “경찰조사 받으실 때 아마 제가 지휘한 거에 대해서 경찰관으로부터 얘기 들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이나금씨: 예예

성재호 검사: “이거 지휘는 제 지휘를 받고 송치를 한 것이기 때문에 다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걸 알고 계실 거예요”

경찰 광역수사대가 집도의인 원장 장모씨를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방조 혐의, 간호조무사를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한 것이 자신의 지휘에 따른 것임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단독] '권대희 사건' 담당검사 녹취록 공개, 수상한 재수사
수술실 CCTV를 500번 넘게 보며 병원 측 과실을 상당부분 찾아낸 고(故)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가 지난해 초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권씨 유족 제공.
아들 잃고 홀로 싸운 어머니, 법원이 눈물 닦나

하지만 성재호 검사는 본지가 사건을 보도한 6월이 돼서야 이나금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들여 조사를 시작한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지 8개월, 통화 이후 6개월 만의 일이었다. 클릭☞<본지 2019년 6월 1일. ‘[단독] 검찰, '권대희 사건' 송치 8개월 만에 수사 착수’ 참조>

이후에도 검찰의 수사의지를 의심케 하는 부분은 적지 않았다. 집도의인 장 원장이 처음 검찰에 소환된 건 7월 이후로 보이며, 수사가 시작되고도 한참 동안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다. 구속영장은 11월에야 청구됐으며,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12일 만에 사건은 재판으로 넘겨졌다. 핵심인 무면허 의료행위 등은 불기소 처분된 상태였다. 클릭☞<본지 1월 27일. ‘[단독] 3년 기다린 '권대희 사건' 고검으로’ 참조>

검찰이 경찰에 지휘권을 발동하거나 하는 방식이 아닌 ‘송치 후 재수사가 적절했느냐’도 의문이다. 특히 경찰 내부의 부패나 피의자에 대한 강압수사 등 특별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전면 재수사는 이례적이다.

성 검사 스스로 경찰 광역수사대가 사건을 송치하기까지 자신의 지휘 아래 수사를 진행했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권씨 유족은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3년 여 동안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호소한다. 수술실 CCTV 영상과 의무기록지, 관계자 증언까지 직접 확보해 이를 500번 넘게 확인한 이나금씨도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있다.

지난해 5월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할 당시 이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가족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병원으로부터) ‘법대로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이게 법이 잘못됐다는 뜻이죠. 법으로 가면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 이런 말이 나오는 거예요. 전 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의료사고 피해자랑 병원 사이에 정보비대칭이 심하죠. 유치원생한테 박사논문 풀어서 소송하라는 꼴이에요. 그러면 재판부에서 판사가 어느 정도 약자의 입장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죠. 그러니 기고만장할 수밖에요.”

한국의 법이 아들을 잃고 홀로 싸워온 이씨에게 신뢰를 찾아줄 수 있을까? 법원은 검찰 불기소 처분의 당부를 따지는 권씨 사건 재정신청을 지난 27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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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