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空賣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정작 개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변화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개인들은 시기상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전체 공매도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한국증권금융은 개인이 보다 쉽게 공매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증권금융은 한국형 'K-대주시스템'을 도입해 개인의 공매도 대여가능 금액을 올해 2월 말 기준 715억원에서 향후 1조4000억원으로 약 20배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증권금융은 향후 28개 증권사가 대주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효율적인 대주재원 활용을 위해 실시간 통합거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증권금융위 구상이다. 이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면 개인이 기존 거래 증권사에서 다양한 종목을 원하는 수량 만큼 공매도에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증권금융이 대주풀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들이 신용거래 대주를 통해 공매도에 참여하는 경로를 만들어주는 것은 공매도 문제 해결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권익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개인 공매도 활성화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무차입 불법 공매도 적발시스템 구축·가동이 선행되기 전에 개인 공매도를 활성화시키면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위한 실시간 주식잔고·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의 도입이 검토됐으나, 금융위는 현실적으로 이 시스템 도입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든 대차거래를 조회하는 것은 사실 선진국에서도 못하고 있다. 이는 엄청난 자원을 소모하게 된다. 관계자들이 모여 상의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2018년 5월에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어렵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의지의 문제"라며 "우리나라 IT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100% 안 되면 90%라도 완성할 수 있는데 손 놓고만 있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 노하우, 막강한 정보력, 대규모 자금력, 첨단 매매기법 등을 갖추고 있는 반면 개인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개인 공매도가 활성화되면 개인의 주식 투자 수익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정 대표는 판단했다. 공매도는 주가하락 시 원금까지만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주가상승 시 원금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다.
그는 "700만 개인 투자자 중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라면서 "불법이나 비리가 판치지 않는 시장을 만들어 놓은 다음에 공매도 활성화를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깨끗하고 공정하고 맑은 시장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차입 불법 공매도 적발시스템 구축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국회에서는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무차입 불법 공매도를 저지르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벌금을 대폭 늘리는 사후적인 규제를 통해 무차입 불법 공매도에 대한 억제력은 어느 정도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증권금융의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과 한투연 등 개인들의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르면 이달 안에 공매도 관련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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