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절차 어긴 수사에서 몰카 수백개 발견…대법 "증거능력 인정"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경찰이 몰카범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집행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지 않는 적법절차를 위반했더라도, 컴퓨터에서 찾은 동영상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사법정의에 반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해 획득한 2차적 증거 또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확보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의 실현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 절차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중요한 목표이자 이념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한씨의 컴퓨터를 탐색·복제·출력하기에 앞서 한씨의 국선변호인에게 그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는 등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였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으므로 압수절차를 위반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한씨가 컴퓨터 탐색·복제·출력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국선변호인이 집행과정에 참여를 요구한 바 없고, 수사기관이 영장 집행 과정을 통해 한씨가 수백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해 둔 영상을 압수하고 그중 296건을 기소했다. 한씨가 범행을 모두 자백한 점을 살펴보면 오히려 영장의 집행을 통해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사법 정의 실현에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한씨는 2013년부터 2019년 10월께까지 노래방 화장실 쓰레기통에 소형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법으로 총 328회 불법동영상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자신의 근무지 또는 자주 출입하는 노래방 화장실에 카메라를 부착해 6년 동안 불특정 다수 피해자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각 영상파일에 피해자의 이름을 붙여서 보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5년을 명했다.
그러나 2심은 "경찰이 컴퓨터의 탐색·복제 및 출력물의 생성 절차에 관해 피고인의 변호인에게 사전통지를 하지 않았고, 피고인이나 국선변호인이 위 절차에 참여하지도 않았다"며 위법수집증거로 봐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으로 감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