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도 힘든데… 친환경인지 아닌지 따지고 장사하나" [코로나發 쓰레기 대란]
'코로나배달' 늘면서 쓰레기 폭증
음식물 용기 대부분 그대로 버려
비용 부담에 재활용품 사용 적어
업체·소비자 책임 분담 목소리도
"우리가 직접 고용한 배달원이면 그릇 수거해서 설거지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모두 대행으로 하는데 일회용을 쓸 수밖에 없는 거죠. 주문하는 고객들도 일회용이 더 깔끔하고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서울 양천구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장현우씨(36)는 10년째 환경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일상에서도 폐물품을 리폼한 가구와 가방을 구입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데 열심이다.
장씨는 가게에선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모든 배달주문에 일회용기와 나무젓가락, 숟가락을 넉넉하게 담아준다. 가게에서 하루 나가는 일회용품 양이 혼자 1년 동안 쓰는 것보다 훨씬 많다.
장씨는 "젓가락이랑 플라스틱 숟가락이라도 줄여보려고 고객이 별도로 요구하지 않으면 제공하지 않는다고 앱에 적으려 했다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이랑 갈등을 빚었다"며 "환경문제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나조차 실행을 못하는데 다른 사람은 얼마나 어려울까"라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량이 급증하며 일회용 쓰레기가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재활용이 된다고 표기된 쓰레기도 상당수지만 실제 재활용이 되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쓰레기난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전문가들조차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폭증한 쓰레기, 엉망진창 재활용
14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발표된 지난달 22일 이후 '배민라이더스' 입점문의가 크게 늘었다. 1단계였던 10월 말 대비 88%나 증가했다. 거리두기가 강화될수록 배달수요 역시 급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배달음식이 쓰레기문제를 불러온다는 점에 있다. 특히 음식물 용기가 실제 표기된 것과 달리 재활용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쓰레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진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배달용기는 플라스틱과 비닐 소재로 된 게 대부분이다. 자영업자들은 업체로부터 재활용 용기를 사들여 배달음식을 담아 판매하지만 실제 재활용되고 있는지엔 전혀 관심이 없다. 배달용기를 제작하는 업체조차 관련 현황을 파악하거나 재활용률에 따른 부담금을 낼 의무가 없다.
자원재활용법은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 등의 사정을 고려해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은 예외로 두고 있다. 막대한 일회용품이 배달과 테이크아웃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에선 일회용품을 음식물이나 다른 포장재와 분리배출하지 않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환경미화원 전모씨(50대)는 "코로나19 이후 쓰레기 양이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배달음식으로 인한 일회용 쓰레기가 많이 늘었다"며 "생활쓰레기는 분리·재활용이 좀 되는 것 같은데 배달음식들은 먹고 그대로 버린 것들이 많다"고 전했다.
음식물이 완전히 세척되지 않은 일회용품은 분리배출하더라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서울 대치동 소재 한 폐기물 수거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반폐기물, 재활용, 음식물을 수거하는 게 다 나뉘어 있는데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섞이면 재활용이 안 되다 보니 선별 작업이 복잡해져 힘들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햇반, 오뚜기밥 등 즉석밥 제품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OTHER'로 분류되는 복합 플라스틱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품엔 재활용 표기가 버젓이 붙어있다. 사실상 소비자 기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재활용도 안 되고 일일이 분리하는 데 시간과 노력만 많이 들어간다"며 "일반쓰레기로 버려주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누가 부담을 지느냐'가 관건
음식점들은 쓰레기 문제를 헤아릴 여유가 없다. 거리두기 강화 이후 매출이 급감해 더욱 그렇다.
경기 고양 일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금 장사하는 사람들 중 비닐이 친환경인지, 용기가 수거 가능한지 따지고 장사하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먹고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라고 반문했다.
변화는 쉽지 않다. 일부 배달플랫폼 업체가 친환경 소재로 만든 배달용기를 업주에게 소개하고 추천하기도 했지만, 비용 부담과 인식 부족 등의 문제로 사용률이 높지 않다.
지자체 차원의 노력도 지속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문제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는 꾸준히 해왔다"면서도 "아직까지는 범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것 같아 더 큰 의식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동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앞으로 쓰레기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책임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이라며 "업체가 역회수 등을 통해 일회용 쓰레기 처리비용을 부담하고 소비자에겐 가격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등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성호 기자 , 김준혁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