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이스타항공, 오너는 떠나고 직원만 남았다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8 18:00

수정 2021.02.08 17:59

[기자수첩] 이스타항공, 오너는 떠나고 직원만 남았다
회사의 주인은 오너일까 직원일까. 질문에 답이 있듯 오너, 즉 기업의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주인이다. 하지만 오너가 떠난 회사의 주인은 누구일까. 경영자일까 노동자일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끝도 없는 논쟁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선두에서 직격탄을 맞은 산업 중 하나인 항공사들이 휘청대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이스타항공이 이 시기 인수합병(M&A)까지 불발되며 휘청거림의 정도가 가장 심각했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대수는 물론 직원까지 절반 이상 줄이며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 시기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딸 이수지 전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는 이스타항공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러면서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주식 매입자금 의혹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해를 거듭했지만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제는 이 의원의 친인척까지 가담해 수백억원을 횡령, 배임하고 회계조작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새로운 경영자로 부임한 김유상 대표도 이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인수합병, 즉 회사를 파는 것에 한번 실패한 후 어떻게든 다시 매각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왔다. 급기야는 확정된 사실이 아닌 내용을 흘리며 곧 팔릴 것이라는 기약없는 언급을 해왔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항공업계와 전문가들은 대부분 고개를 내저으며 현재의 재무부실을 떠안고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곳은 현실적으로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겨진 직원들도 이들 경영진이 바라는 인수합병을 간절히 염원했다. 하지만 목적은 달랐다. 경영진은 털고 나가는 것이 목표였지만 직원들은 일터를 잃지 않고 여전히 비행하며 일할 직장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경영진의 호언장담과 달리 법원의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법원은 이를 통해 이스타항공을 회생시켜 새 주인을 찾아줄지 아니면 파산시킬지를 결정하게 된다. 회생절차 관리인은 기존 대표 외 외부인사도 영입됐다.
이스타항공이 살아날 마지막 기회인 이 회생절차에선 직원들 의견이 적극 반영돼 회사가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를 되찾길 바란다. pja@fnnews.com 박지애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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