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묻지마 칼부림'에도 증오범죄 적용 힘들어…美 亞계 분노

뉴스1
미국 뉴욕 지하철서 흑인이 아시아계를 마구 폭행하는 장면 - 트위터 갈무리
미국 뉴욕 지하철서 흑인이 아시아계를 마구 폭행하는 장면 - 트위터 갈무리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아시안에 대한 증오 중지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6일 애틀랜타 일대 마사지 업소 1곳과 스파 업소 2곳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 로이터=뉴스1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아시안에 대한 증오 중지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6일 애틀랜타 일대 마사지 업소 1곳과 스파 업소 2곳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져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아시아계가 공격받고 있는데, 증오 범죄 혐의 적용은 왜 이리도 드문가?"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일어난 공격사건들은 증오범죄로 기소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시위와 분노가 촉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오범죄 적용 안 돼…처벌은 제대로 되고 있나: 지난달 어느 추운 밤 한 중국인 남성이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인근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낯선 남자가 달려와 등 뒤를 칼로 찔렀다. 가해자는 예멘 출신 살만 무플리히(23세)로, 증오범죄가 아닌 살인 미수 등 4가지 혐의로만 기소됐다.

검찰은 "무플리히가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범행 대상을 정했거나 피해자의 얼굴을 본 뒤 흉기로 찌른 증거는 없다"며 "인종차별적 동기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무플리히는 경찰에 "피해자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흉기로 찌른 범행에 증오 범죄 적용을 권고했지만, 맨해튼 지검은 끝내 거부했다.

이에 아시아계 시민들이 분노했다. 맨해튼 지방검찰청 앞에서는 아시아계를 겨냥한 '묻지마 칼부림'을 증오범죄로 기소하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뉴욕 지역사회 운동가인 돈리는 "반(反) 아시아계 공격은 무작위 공격이 아니다"라며 "증오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난 것은 바로 이 직후였다.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21)은 대만이나 중국 출신 등 아시아계가 운영하고 주로 아시아계 직원들이 근무하는 마사지·스파 업소 3곳만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한인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 등 총 8명이 희생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증오범죄 기소는 쉽지 않았다. 주 보안관은 범행 동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수사 결과가 제대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인종적 동기가 아닌 '성 중독'에 의한 복수 차원에서 총격을 감행했다"는 애런 롱의 발언을 언론에 그대로 옮겼다. 결국 그에게는 악의적 살인과 가중 폭행 혐의만 적용됐다.

강력범죄가 아닌 증오범죄는 제대로 체포도 되지 않았다. 지난주 거리에서 아시아계 여성에게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말하고, 여성의 아이에게는 침을 뱉은 남성을 경찰은 계속 찾고만 있다.

◇"유독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적 동기 입증 어려워": 전문가들은 유독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에서 인종차별적 동기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루인 왕 피츠버그대 법학과 교수는 "흑인, 유대인, 동성애에 대한 공격 등 증오범죄의 전형이라는 것이 있고, 이러한 범죄는 좀더 (증오범죄 혐의 적용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가해자가 유색인종인 경우 증오범죄 혐의 적용이 더 쉽게 이뤄지는 모순도 일어난다.

국선변호인단체 리걸에이드의 앤 오레데코 변호사는 "증오범죄로 기소된 사람들 중 사회적 특권계층을 본 적이 거의 없다"며 "유색인종이 증오범죄로 기소되는 것만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 기관 미·중 기획위원회의 웨인 호 대표는 "많은 아시아계 동료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언어폭력을 당했지만 가해자가 유색인종일 경우 경찰에 학대당할까봐 신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증오 범죄 혐의 적용 요건을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며, 경찰 당국이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공격 수사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맨해튼 차이나타운 커뮤니티 조직위의 셜리 응은 "증오범죄 적용 기준을 완화하고 보석을 없애야 한다. 당국은 그간 아시아계가 희생된 사건에 너무 관대했다"며 "용의자들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너무 쉽게들 말하는데, 그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해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을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와 폭력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지난해 봄부터 급증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팬데믹의 경제적 여파가 컸던 뉴욕에서는 외국인 혐오와 폭력이 더욱 심화했지만, 침을 뱉거나 소리를 지르며 공포를 조성하는 경범죄는 별다른 처벌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당국이 인종차별적 폭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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