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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자리 지킨 언덕위 붉은 벽돌집 '딜쿠샤' 이야기

뉴시스

건축디자이너 최지혜 '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 출간

[서울=뉴시스]'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 (사진 = 혜화1117 제공) 2021.03.3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 (사진 = 혜화1117 제공) 2021.03.3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서울 종로구 사직터널 옆 언덕 위. 100여년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붉은 벽돌집이 있다. 한때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동네 주민들에게 '귀신 나오는 집'으로도 불렸던 이곳의 이름은 '딜쿠샤'이다.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란 뜻인 딜쿠샤는 일찍부터 조선에 머물며 활동한 사업가 앨버트 테일러의 가족이 지은 집이다. 이들은 조선의 3·1운동과 독립선언문, 일제의 제암리 학살 사건을 해외에 알리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집주인의 이야기부터 흥미롭지만 100여년 전 조선에서 생활한 서양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딜쿠샤란 공간 그 자체만으로도 돋보인다. 딜쿠샤는 우리나라 근대 건축의 시발점에 선 건축물이자 근대 건축 실내 재현의 중요한 이정표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건축디자이너 최지혜는 바로 이 딜쿠샤 복원 과정에 참여했다. 그리고 딜쿠샤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물론 집 안의 살림살이를 매개로 복원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진행 과정을 책 '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에 담았다.

저자는 딜쿠샤의 실내 재현을 위해 집의 안주인 메리 테일러가 남긴 메모와 기록을 살핀다.

조선에서 사용된 서양의 거실, 벽난로, 은제 컵, 은촛대, 램프 등은 당시 서양의 분위기를 전하고 조선의 일상용품 삼층장, 병풍, 궤 등은 어떻게 만나고 구해서 사용했는지, 조선 사람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가는지 알 수 있다.

딜쿠샤 집주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서양의 찻잔이 어떻게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됐는지, 동양의 도자기는 어떻게 서양으로 건너갔는지도 만나볼 수 있다. 병풍, 우산, 램프, 테이블 등등 다양한 사연을 정리했다.

저자의 이름은 덕수궁 석조전, 워싱턴 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등 우리나라 근대 건물의 실내를 재현하는 현장에서 늘 마주할 수 있다.

저자는 "'출입금지' 표시를 붙여둔 수많은 근대 건물의 닫혀 있는 문이 떠오른다. 그곳들이 시대성을 획득한 살아 있는 공간으로 되살아나기를, 수많은 문이 활짝 열려 누구나 그 공간이 가장 활기찼던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320쪽, 혜화1117,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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