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지정' 문제 고심하는 공정위…쟁점 살펴보니
(세종=뉴스1) 서미선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30일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발표를 앞두고 막판까지 쿠팡의 동일인(총수) 지정 문제로 고심하는 모습이다.
미국인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경우 외국 국적자를 총수로 지정하지 않은 전례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외국인 특혜'가 될 수 있고 불공정행위 방지가 어려워진다는 반론도 있다.
2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자산총액 5조원을 넘은 쿠팡에 대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총수 지정 문제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기로 잠정 결론낸 공정위는 업계와 시민단체 반발이 나오자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방안을 다시 살피고 있다.
전날(21일)엔 쿠팡 총수 지정 문제를 공정위 전원회의 긴급 토의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기도 했다. 특정 대기업집단의 총수 지정건이 전원회의 안건으로 올라가는 건 흔치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심이 많은 사안이니 위원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으로, 좀더 신중하고 정밀하게 검토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관계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등이 금지되고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의무도 생긴다. 특히 공정위는 기업집단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행사여부를 살펴 동일인(총수)을 지정해 감시한다.
쿠팡 법인이 총수가 된다면 쿠팡과 쿠팡이츠를 비롯한 국내 계열사들 거래만 공시하면 된다. 반면 김 의장이 총수가 되면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과 거래가 모두 공시대상이다. 김 의장이 최고경영자(CEO)인 미국 본사 쿠팡Inc와 그 산하 해외법인들 거래도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는 당초 외국 국적 총수 지정은 전례가 없던 점을 들어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업계와 시민단체에서 반발이 나오면서 공정위는 다시 검토에 들어갔다. 관련업계에선 2017년 이해진 네이버 최고투자책임자(GIO)를 총수로 지정한 사례를 들어 역차별을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통해 "김 의장을 외국인이라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는다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적용에서 벗어난다"며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법적 근거라도 있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공정거래법엔 '기업집단은 동일인이 사실상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이라는 조항만 있고 국적 관련 규정은 없다.
공정위는 앞서 외국계 기업이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왔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A.O.C.)가 최대주주라 에쓰오일 법인, 한국지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최대주주라 한국지엠 법인을 동일인으로 각 지정했다.
이를 쿠팡에 적용해보면, 쿠팡의 최대주주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기업인 '소프트뱅크비전펀드'(33.1%)다. 김 의장 지분율은 4위다.
다만 미국 상장사에 적용되는 차등의결권 제도로 김 의장이 가진 의결권 비중이 높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쿠팡 지분 10.2%를 보유한 김 의장은 주당 29배 의결권을 갖고 있어 실질적 의결권 기준으로는 76.7%의 권한을 행사한다. 에쓰오일과 한국지엠은 주요 주주가 기관들이고 개인은 없다는 점도 차이다.
김 의장이 쿠팡 총수가 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대우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도 쟁점으로 꼽힌다. 이는 미국인이 한국에 투자할 때 제3국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취급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쿠팡 입장에선 이를 근거로 다른 외국계 기업의 동일인 지정 때보다 불리한 대우를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해 미국에서도 공시의무 등을 지는 만큼 중복규제 논란도 있다.
일각에선 총수 지정 제도 자체를 달라진 기업경영 관행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성장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친족경영이나 순환출자 등과는 거리가 먼 만큼 과거 만들어진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