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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사이서 눈치보인다" 11살의 '충성갈등'.. 화상 면접교섭 이후 변했다

김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3 20:11

수정 2021.05.03 20:17

가정법원, 화상 면접교섭 서비스 도입
코로나19 등 상황에서 유용할 전망
센터장 "직접 만나는 교섭이 원칙이며
가교 역할이나 제약 극복 위한 수단"

"엄마·아빠 사이서 눈치보인다" 11살의 '충성갈등'.. 화상 면접교섭 이후 변했다
[파이낸셜뉴스] “아빠를 만날 때마다 너무 무섭고 힘들었어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눈치 보여요.”
A군의 아버지 B씨와 어머니 C씨는 지난 2014년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3년 뒤 항소심에서 이혼이 확정됐고 A군을 키울 양육권은 C씨에게로 돌아갔다. B씨에겐 매달 2회 C씨를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이 부여됐다. 처음 이혼 소송이 제기됐을 당시 A군은 7살이었다. 이혼이 확정될 때 A군은 초등학교 3학년에 불과했다.

가정의 불화로 영향을 받은 A군은 아버지에 대한 불편함을 표출했다.
B씨를 극단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어머니 C씨는 A군이 면접교섭을 한 뒤 틱 증세가 발현되거나 B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생겼다는 이유로 수차례 면접교섭을 거부하기도 했다. A군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얼굴도 보기 싫고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싫다”는 등 적대감마저 드러냈다. 마지막 상담 회차가 돼서야 면접교섭이 가능했지만 A군은 B씨에게 제대로 다가가지도 못했다.

재판장의 설득으로 지난해 12월 A군의 첫 화상 면접이 진행됐다. 하지만 아버지를 향한 A군의 태도는 달라진 게 없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지 않아 싫다”는 A군을 위해 재판장은 B씨에 ‘선물’을 제안했고, B씨는 늦게나마 A군에게 선물을 보냈다. 한 달 뒤 진행된 2차 화상 면접교섭에서 A군의 감정은 다소 호전됐다. 재판장의 도움 아래 대화가 이어졌고, 3차에서는 두 사람만의 대화가 오가는 등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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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원, 화상 면접교섭 지원서비스 도입
이는 서울가정법원이 3일 개최한 ‘화상 면접교섭 지원서비스 설명회’에서 공개된 내용이다. 이 사건의 재판장이었던 장진영 부장판사(서울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장)는 A군이 ‘충성갈등’을 겪고 있다고 보고 화상면접을 제안했는데 성과가 있었던 것이다. 충성갈등은 한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도 애정을 가질 때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을 말한다.

장 부장판사는 “A군의 사례어서 볼 수 잇듯 대면방식에서 야기되는 심리적 거부감을 점진적으로 해소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갈등을 낮추고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면접교섭을 위해 서울가정법원이 화상 면접교섭 서비스를 도입한다. 화상회의 서비스 ‘줌’에 접속해 아이를 화상으로 만날 수 있는 서비스다. 법원은 “5월부터 3개월 간 시범 지원하고 오는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가정법원 내부에서는 지난해부터 화상 면접교섭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왔다.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또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면접교섭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빈번하게 생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화상 면접교섭 서비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 제약이 있는 가정 등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장 부장판사는 “면접교섭할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한 것”이라며 “다만 직접 만나는 교섭이 원칙이며, 가교 역할이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화상 면접교섭 서비스가 이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상 면접교섭 서비스가 면접교섭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화상 면접교섭 서비스는 화상회의 접근이 가능한 초등학교 이상의 미성년 자녀가 있는 이혼 당사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
또는 이혼 후 6개월 이내 양측 모두 합의한 경우에 해당하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이용신청서 및 관련 서류를 법원 종합민원실에 접수하면 된다.


한편 법원은 화상 면접교섭 실전지침과 사전 준비사항 등이 담긴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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