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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금융소비자 보호 '새 길' 연 대법원 판결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30 18:35

수정 2021.06.30 21:28

[특별기고] 금융소비자 보호 '새 길' 연 대법원 판결
지난 2016년 4월 대법원은 '피닉스펀드' 사건에 대해 민법 제109조에 명시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투자원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피닉스펀드는 항공기 신규노선 운항수익을 배분하는 펀드다. 투자설명서엔 신규노선 인허가 완료라고 적었지만 실제는 신청만 된 상태였고, 결국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법원이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인정한 최초 사례다.

이 판결로 판매사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줬다. 하지만 펀드 손실발생의 책임이 판매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펀드를 만들고 관리한 운용사, 수탁사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6월 10일 나왔다. 대법원은 판매사가 계약취소로 투자원금을 투자자에게 모두 반환하는 경우 판매사의 부담을 초과해 지급한 부분은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는 펀드 운용사, 수탁사 등에 구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최초 판결했다. 공동불법행위 책임자 간 구상 청구를 인정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향후 금융사들이 금융분쟁조정기구인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를 적극 수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금감원 분조위는 피닉스펀드 판례를 근거로 펀드 판매사에 투자원금 전액반환을 권고했다. 하지만 판매사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에 따라 투자원금을 전액 투자자들에게 반환한다면 공동책임이 있는 펀드 운용사, 수탁사 등에 구상을 하지 못하고 펀드 판매사만 홀로 책임을 떠안게 될 위험이 있다며 권고안 수용을 부담스러워했다.

최근 '옵티머스펀드' 사건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분조위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이유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을 전액 반환하라고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권고했다. 회사는 '계약취소 권고안은 펀드 판매사만 보상책임을 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옵티머스펀드 사건의 경우 관련사 간의 공모 의혹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향후 관련사들에 대한 구상 청구도 어려울 수 있다는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NH투자증권은 권고안은 수용하지 않더라도 일반투자자에게는 투자원금을 돌려주겠다는 뜻을 밝히기는 했다.

이번 구상권 관련 대법원 판결은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반환할 경우 관련사들에도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판매사가 분조위 권고안을 수용하더라도 펀드 관련사를 대상으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판매사의 투자금 전액 반환과 펀드 운용사, 수탁사 등에 대한 구상 청구가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아주 환영할 일이다.
금융사들도 이번 판결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향후 판매사에 대한 착오취소 권고안에 대한 수용률이 전향적으로 제고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렬 법무법인 K&L태산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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