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OPEC+ 회의 취소, 유가 급등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6 03:11

수정 2021.07.06 03:11

[파이낸셜뉴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 쿼터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OPEC+ 증산이 5일(현지시간) 무산됐다. 지난해 3월 6일 사우디 석유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자가 회의를 위해 오스티리아 빈 OPEC 본부에 도착해 수행원들의안내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 쿼터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OPEC+ 증산이 5일(현지시간) 무산됐다. 지난해 3월 6일 사우디 석유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자가 회의를 위해 오스티리아 빈 OPEC 본부에 도착해 수행원들의안내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감산참여국 회의가 5일(이하 현지시간) 취소됐다. 증산 합의 희망이 사라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추후 회의 일정도 못잡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2일 합의에 실패하면서 당초 이날 재개하기로 했던 이른바 OPEC+ 각료회의가 취소됐다. OPEC+는 이번 회의에서 이전에 합의해 이달말로 끝나는 감산을 연장하되 감산 규모를 축소해 시장에 더 많은 석유를 공급한다는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이에 제동을 걸어 회의가 연장된 바 있다.

UAE는 감산 기간을 연장하려면 각국 산유량 쿼터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일 합의 불발 당시에는 5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던 OPEC+는 이날 사전 조정과정에서 갈등이 지속돼 회의를 취소했을 뿐만 아니라 추후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OPEC+는 성명에서 "다음 회의 일정은 추후 절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브렌트, 77달러 돌파
증산 합의 시도가 무산되면서 유가는 뛰었다.

올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속에 세계 경제가 본격 회복하면서 값이 약 50% 상승한 국제유가 기준물 브렌트유는 이날 1% 더 올라 배럴당 77달러를 찍었다.

OPEC+의 증산 합의 실패는 각국이 경제 재개로 석유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빚어졌다.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 미국에서는 특히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 4일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차들이 도로로 쏟아져나오면서 기름값이 7년만에 최고치로 솟은 가운데 추가 유가 상승 악재가 더해지고 있다.

미국내 주유소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갤런당 95센트, 44% 상승한 3.13달러를 기록 중이다.

기름값 상승은 미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를 부채질 할 전망이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약 3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1일 배럴당 75달러를 넘어섰고, 5일에도 75.50달러 근처에서 움직였다.

앞서 WTI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에는 수요 급감 속에 저장시설 포화 문제까지 겹쳐 마이너스(-)40달러까지 추락한 바 있다.

백신 접종과 이에따른 경기 회복이 유가를 바닥에서 끌어내 지붕을 뚫고 오르게 만들고 있다.

"OPEC+만이 추가 증산 가능"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경제가 팬데믹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가운데 높아진 석유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가 OPEC+라고 지적하고 있다.

OPEC+는 지난해 유가가 폭락하자 감산에 돌입했고, 이후 석유 수요 회복세 속에 찔끔찔끔 감산 규모를 줄이는 식으로 증산을 해왔다.

미국은 팬데믹과 기후위기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증산 여력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OPEC+만이 지금 당장 추가 증산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UAE는 최근 수년간 증산을 위해 엄청나게 투자해온 터라 증산 여력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UAE가 산유량 쿼터 조정 없이는 감산 기간 연장도 없다며 반대한 이유다.

수하일 알 마즈루이 UAE 에너지장관은 지난 주말 현 산유량 쿼터가 불공정하다면서 다른 산유국들이 최대 산유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산유량 쿼터를 받은 것과 달리 UAE는 이 쿼터로 인해 석유 생산라인의 3분의1이 가동 중단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UAE, 이례적으로 사우디와 등져
UAE는 OPEC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복심'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사우디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역내 지정학적 균형에서도 양국간 협력이 강력한 힘을 발휘해왔고, OPEC 안에서도 UAE가 사우디를 후원하며 사우디의 입김이 강한 상태가 유지되도록 도왔다.

UAE는 지난해 산유량 기준 OPEC 3위 산유국이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양국간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이 갈등이 OPEC+의 증산 합의 불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UAE가 아예 OPEC을 탈퇴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고 CNN 비즈니스는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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