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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되, 흥미가 전부가 아닌 '꼬꼬무2'의 '그날' 이야기 [N인터뷰]①

뉴스1

입력 2021.07.29 15:41

수정 2021.07.29 15:55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냘 이야기' 유혜승 PD © 뉴스1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냘 이야기' 유혜승 PD © 뉴스1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2' © 뉴스1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2' © 뉴스1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냘 이야기' 유혜승 PD © 뉴스1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냘 이야기' 유혜승 PD ©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그날' 이야기. '그날'은 역사를 뒤흔든 날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날이거나 세상의 편견을 바로잡은 날이기도 했다. SBS 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누군가는 기억해야 할 그날에 대해 말한다.

지난해 파일럿 방송 이후 9월 시작한 시즌1에 이어 올해 3월 시즌2로 이어졌다. 교과서 속의, 뉴스 화면 속의 딱딱한 사건은 '꼬꼬무' 속에서 이야기로 재가공된다. '12·12 사태' '1·21 사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필리핀연쇄납치사건' 등 세상에 널리 알려진 혹은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의 그날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건을 단순히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건을 둘러싼 사회의 흐름과 사람의 시선을 들여다보는 것, 사건의 참상과 흥미만을 좇지 않는 것. '꼬꼬무' 유혜승PD와 만나 '꼬꼬무'만의 원칙과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즌2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이렇게 반응해주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시즌1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시즌2가 시작될 때는 기대감도 크고 걱정도 컸다. 기대보다 실망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그런데 (시즌1보다도) 훨씬 더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예전에는 '이 방송 재미있대' 였다면, 요즘에는 제가 제작진인지 모르는 지인들도 자연스럽게 '이번주 꼬꼬무 봤어?'라고 하시더라. 체감이 된다. 시청률도 장수 프로그램이 아니면 교양 프로그램에서 나오기 힘든 수치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꼬꼬무'가 주제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어떤 사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나.

▶명확하다. 첫째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거나 아예 모르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흥미를 일으킬만한 그날의 이야기인가다. 의미가 있어도 관심을 이끌지 못하면 빛을 못 본다. 두 번째로는 과거의 그날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이유가 명확한지다. 이 이유가 없으면 자극적으로만 치우칠 수도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나가야 의미가 있지 않나. 그날을 반추하는 이유가 확실해야 한다.

-매회 사건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항상 생각할 것과 이야기를 나눌 만한 주제를 던진다.

▶물론 어떤 메시지를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의견이 있다.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이야기 친구들의 반응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담담하게 듣는다. 그날의 이야기를 들은 오늘의 생각을 주입하는 게 아닌 '공유'하는 것이다.

-예컨대 1·21 사태를 다룰 때는 사건의 무고한 피해자의 하루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YH 사건에서는 '흰 장갑'을 착용한 의문의 남자들을 목격한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청난 자료조사, 관계자 조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나오기 힘든 스토리텔링이다.

▶작업량이 엄청나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증언자분들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그날을 기억하는 분들, 한편으로는 구전의 기록물같다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 사건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 당사자, 증언자분들이 연로한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전해준 이야기가 살아있는 역사가 아닌가 싶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디테일한 부분을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더 잊히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남겨두는 기록이다. 물론 제작진이 이 점을 더 취재하고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어떤 내용을 실어야 할지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제일 신중하게 다루는 점이 있다면.

▶사건이 크면, 그 사건의 소용돌이 안에 있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당시에는 판단하기 어려웠던 일도 있다. 그때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이 사건들은 객관적인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우리는 교과서나 역사적으로 평가하는 단 몇 줄의 설명이 아닌, 이 사건을 둘러싼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이야기들을 다룬다는 생각이다. 팩트를 기반으로 그날을 겪은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선을 고려해 '이게 나의 이야기라면'이라고 생각해보는 거다. 객관적인 설명이 아닌, '주관적'인 시점에서의 사건, 그 점이 이야기의 콘셉트를 만들고 차이점을 만드는 것 같다.

-증언, 주관적인 시점의 스토리텔링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만큼 사실 검증의 과정도 중요해질 것 같다.

▶이 사람의 관점이 맞을까? 이 관점의 증언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고민한다. 기억이 다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를 풀면서 당사자에게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더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첨언하지 않고 팩트가 아닌 것을 과감히 내치는 것이다. 사실 흥미로운 '썰'은 많지만,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것들은 포함하지 다루지 않는다.

-콘셉트를 구축하며 고민한 점이 있다면.

▶초반의 기획도 전문가를 부르지 않는 것이었다. 기존의 숱한 역사 프로그램, 사건 관련 프로그램과 차별점이 없다. 말솜씨가 좋은 전문가가 나와서 설명하면 일방적일 수 밖에 없다. 정보량의 불균형에서 양측의 위치가 차이가 난다.
그럼 우리가 생각한 자유로운 소통이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문가가 출연하지 않되, 취재나 내용의 깊이를 더 신경을 썼다.
결론적으로 그 방법이 우리 콘셉트와 잘 맞았다는 생각한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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