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퍼센트 갈라치기'에 빠진 대한민국](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1/07/29/202107291809331202_s.jpg)
"동기가 선(善)하다고 해서 행위의 도덕성을 평가하면 안 되고, 그 행위가 가져온 결과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져야 한다."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몇 번씩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독일의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뮌헨대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해 내놓은 책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자질과 덕목을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아직 해당되지 않는 듯하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내놓은 대책마다 철저하게 실패했다. 오히려 회복 불가능한 부작용을 낳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동기가 선하지 않고, 그 결과에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집 가진 사람을 겁박하고, 집 가질 사람을 압박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징벌적 보유세와 재건축 규제, 분양가상한제, 대출제한 등 각종 규제가 쏟아졌다. 집주인과 세입자를 철저하게 나눴다. 조사 방법과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 시민 세입자 비율은 54~57%다. 전국에서 세입자 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수도권 청년가구 세입자 비율은 82%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선거는 51%대 49%의 싸움이다. 집주인을 때리면 세입자들이 열광할 줄 알았다. 그게 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화룡점정이 바로 임대차 3법이다. 서울 전셋값은 미친 듯 뛰어올랐고, 그것도 강남보다는 강북이 더 급등했다. 집주인을 죄인 취급하자 전셋집을 거둬들였고, 전셋값을 미리 올렸으며 월세로 돌렸다. 그래서 세간에는 '집주인을 때렸는데 세입자가 쓰러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 정부의 편 가르기는 다른 곳에서도 진행 중이다. 특기는 '퍼센트' 갈라치기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이고, 종합부동산세도 다르지 않다. 재난지원금을 놓고 당초 전 국민을 20%대 80%로 편 가르기 하려던 계획은 각종 논란 끝에 결국 12.3%대 87.7%로 결정됐다. 하위 87.7%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상위 50%, 하위 50%는 들어봤지만 하위 87.7%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종부세는 한발 더 나간다. 2%대 98%다. 상위 2%에만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금액이 아닌 %이기 때문에 매년 기준이 변한다. 10억일 수도 있고 11억일 수도 있다. 그 중간이라면 '반올림'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동기도 선하고, 그 결과에도 책임지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곳이 있다. 바로 벤처 창업시장이다. 지난 2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은 재산의 5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인 '더기빙플레지'에 한국인 최초로 참여하게 된 것. 더기빙플레지 참여는 10억달러 넘는 자산을 보유하면서 재산의 50% 이상을 기부해야 가능하다. 곧이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더기빙플레지 참여를 공식 서약했다.'퍼센트' 갈라치기가 한창인 현 정부에서 재산 50%를 뚝 떼어 '퍼센트' 나눔에 동참한 자수성가형 벤처 창업자들이 유난히 돋보이는 요즘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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