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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평] 모든 자산가격이 거품이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3 18:07

수정 2021.09.13 18:07

[fn시평] 모든 자산가격이 거품이다?
지난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여기서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자산가격 버블 우려가 큰 상황(everything is bubble)에서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시 신흥국 자본유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거의 모든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했다. 먼저 채권시장에 거품이 생겼다. 일반적으로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물가상승률의 합으로 표시된다. 실질금리의 대용변수로 실질 경제성장률을 사용한다.
시장금리는 명목 경제성장률과 같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1990년에서 2020년까지 31년 동안 명목금리를 대표하는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연평균 4.4%로 명목 경제성장률(4.3%)과 거의 유사했다. 미 의회에서 추정하는 잠재 명목 성장률은 3.9%이다. 올해는 기저효과 탓도 있지만 명목 경제성장률이 1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3% 안팎인 10년 국채수익률은 지나치게 낮다. 채권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의미이다.

주식시장에도 거품이 발생했다. 주식시장의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전통적 척도 가운데 하나가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인 이른바 '버핏지수'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금순환에서 각 경제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모두 합한 것을 시가총액으로 정의하면 2021년 1·4분기 현재 버핏지수가 31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에서도 거품이 일고 있다. 케이스-실러 20대 도시 주택가격이 2012년 3월을 저점으로 올해 7월까지 95%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18%나 개인소득증가율 49%보다 훨씬 높다.

이처럼 모든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한 것은 과다한 통화 공급에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준은 전례 없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다. 연준은 위기가 오자 곧바로 기준금리를 0%로 신속하게 인하했고 양적완화라는 명목으로 천문학적 돈을 찍어냈다. 2008년에서 올해 8월까지 연준 자산이 7조5000억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연준은 풀고 있는 돈의 규모를 줄이고(테이퍼링),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자산가격은 연착륙보다는 경착륙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자산가격이 오를 때는 내재가치를 과대평가하고 떨어질 때는 급락하면서 내재가치를 과소평가한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자산가격의 거품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경우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신흥시장은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집값 등 일부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다음 주에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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