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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점검] 지방 소멸 위기 극복 ‘발상의 전환’ 절실하다

뉴스1

입력 2021.10.29 05:02

수정 2021.10.29 10:29

정부가 지역 인구감소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 연간 1조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고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정부가 지역 인구감소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 연간 1조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고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엄태석 서원대 교수 ©News1 김기태 기자
엄태석 서원대 교수 ©News1 김기태 기자


최호택 배재대 교수 ©News1 최일 기자
최호택 배재대 교수 ©News1 최일 기자


곽현근 대전대 교수 ©News1 김기태 기자
곽현근 대전대 교수 ©News1 김기태 기자


[편집자주]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지방자치단체를 소멸 위기로 내몰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들은 뾰족한 대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 89개 지자체에 정부는 내년부터 10년간 지방소멸대응기금 10조원을 지원할 계획으로, 충남에선 공주·논산·보령시, 금산·부여·청양·예산·서천·태안군 등 9곳이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뉴스1>은 충남 9개 시·군의 소멸 위기 원인과 실태, 지자체 대책, 전문가 제언 등을 3회로 나눠 살펴본다.

(대전·충남=뉴스1) 최일 기자 =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하고 암담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1차 산업을 통한 블루오션 창출, 메가시티 논의에 기반한 행정 통합, 사회적 자본 축적과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는 “저출산이 심각하고, 수도권 중심의 발전전략이 계속 문제를 낳고 있다”며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 수도권 집중을 막아내려 노력했다. 1970년대에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국가 경제 발전과 GNP(국민총생산) 증대를 꾀하려다 보니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 훗날 서울 일극만 살아남고, 지방은 공동화(空洞化)가 될 것임을 예상하고 보다 일찍 대비했어야 했다”며 “노무현 정부 때 신행정수도 공약을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이미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 이하로 떨어졌다. 그때부터 출산장려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어야 했는데, 산아 제한 구호가 사라지는 데 그쳤고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며 “지방이 죽어가는 건 균형발전 정책이 국토 활용 면에서 일관되게 추진되지 않은 채 수도권 집중이 방치됐고, 저출산 문제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방대학 졸업자들은 주변에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 수도권으로 몰린다”며 “지방 죽이기에 정부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지방대가 무너지는데 교육정책이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지 않나. 수도권과 같은 잣대로 평가를 하니 재정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대학 대부분이 인구가 급감한 작은 시·군 소재한 대학들이다. 인구 감소도 문제이지만 국가 정책도 지방 죽이기에 일조를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엄 교수는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고 지방 살리기를 위한 구체적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다른 산업에 비해 발달이 더뎌 보이는 1차 산업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지론을 폈다.

그는 “농업·어업 등 1차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식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취업난과 실업난 속에 젊은이들의 일자리 지원이 절실한데, 3차·4차 산업은 AI(인공지능)과 컴퓨터가 인력을 대체해 많은 노동력을 창출할 수 없다. 농·어촌에 노인들이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젋은이가 노인들을 돌보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산업구조, 청년층과 노년층을 연계하고 공존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노인복지를 강화하고 청년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는 “지방 소멸 문제를 단순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제는 행정체제를 바꿔야 한다. 현행 243개 지방자치단체(17개 시·도 및 226개 시·군·구) 체제로는 해법을 찾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농촌지역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는다. 앞으로 20년 후 농촌 인구 10분의 8분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며 “현재 ‘메가시티’ 논의가 활발한 데, 이제는 지자체를 광역화해서 묶어야 한다. 그것을 기초로 다시 그림을 그리며 지방의 소멸을 막기 위한 설계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태에서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한다 해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매년 저출산 대책에 몇 조원씩을 쏟아부어도 별반 나아지는 것이 없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지 않나”라며 “돈을 쓰더라도 행정 통합을 이뤄 판을 바꾸고 보다 큰 틀에서 논의를 한 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곽현근 대전대 교수는 “주민들 스스로 지역 차원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효능감보다는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도 지방 소멸의 가져온 원인”이라며 “이는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 때문으로, 국가는 농촌지역에 대해 사회적 약자 관점에서 돈을 내려보내고, 농촌에선 n분의 1로 쪼개 이를 사용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주민들이 나서서 우리가 사는 마을을 바꿀 수 있고, 주민과 지자체가 호흡을 같이 할 때 지역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외생적 발전을 기대하기보다는 내생적 발전을 기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사회적 자본이 축적돼야 한다.
주민들과 귀농·귀촌인의 가교가 되는 사회적 자본, 수직적이면서 협력적인 거버넌스 구축이 지방 소멸을 막을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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