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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로 첫 반출된 토종 제주흑우…가축 유전자원 영구 보존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4 14:58

수정 2021.11.14 15:30

경남 함양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로 종축 2마리 이송
제주흑우 [사진=제주도 축산진흥원 제공]
제주흑우 [사진=제주도 축산진흥원 제공]

■ 임금님 진상품…일본 '와규'보다 월등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 토종 흑우 씨가축(종축) 2마리가 처음으로 육지로 반출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지난 14일 가축유전자원의 안전한 보존을 위해 경남 함양 소재 가축유전자원센터에 제주흑우 2마리를 분산·보존 조치했다. 이에 따라 제주흑우 유전자원이 영구 보존될 수 있게 됐다.

생축(살아있는 가축) 상태의 제주흑우의 내륙 이송은 제주도 축산진흥원의 협조로 진행됐다. 생축의 안전한 보존과 유전자원 동결 기술 고도화 연구를 위해 분산·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뤄졌다.

도는 지역 고유 재래가축인 제주흑우를 육성 보존하기 위해 도외 반출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제주흑우는 역사적·문화적 가치도 크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삼명일(임금 생일, 정월 초하루, 동지)에 정규 진상품이었으며, 나라의 주요 제사 때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지난 2004년에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한우 품종 계통에 제주흑우가 내륙흑우·칡소·백우와 함께 공식 등록됐다. 이어 2013년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됐다.

토종 제주흑우가 일본 와규(和牛)와는 다른 독특한 진화론적·유전적 특성을 지녔으며, 영양학적으로도 다른 품종에 비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대 제주흑우센터 박세필 교수팀은 제주흑우의 불포화지방산은 62.23%로, 한우(54.75%)·와규(49.9%)보다 풍부하고, 면역력 강화와 관련된 아미노산인 글루타민 함량도 29.67%로, 한우(18.73%)·와규(25.76%)보다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앞서 국립축산과학원이 지난 2004년 제주흑우 고기의 지방산 성분을 분석한 결과, 올레인산·리놀산·불포화지방산은 일반 한우보다 높고, 포화지방산은 낮게 나타났다.


2013년 10월에는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각 지역의 토종음식과 종자를 찾아 등재하는 슬로우 푸드 국제대회에서 ‘맛의 방주(Ark of Taste)’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성수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장은 “소중한 가축유전자원인 제주흑우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펄 제주도 축산진흥원장은 “제주흑우의 동결유전자원 정액, 수정란, 체세포·원시생식세포 등을 동결한 유전자원 뿐 만 아니라, 생축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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