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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열고 나와도 잡아주는 손이 없다… 예산없어 문닫는 지원단체 [숨어버린 사람들 (7) ‘은둔형 외톨이’ 지원정책 서둘러라]

문제의식만 있고 지원은 빈약
상담비용 부담되고 창구도 찾기 어려워
유자살롱 등 기관들 버티지 못하고 폐업
의원 등 ‘높으신 분’ 관심 필요
가장 필요한 도움은 ‘치료 비용과 정보’
법개정 등 통해 지원시스템 마련해야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다. 하지만 당사자 청소년·청년의 연대가 없고 이들을 돌보고 성장시킬 전문가도 전무하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연구, 전문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지원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 국가적,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지난 7월 경기복지재단 주최로 열린 '고립청년 포럼-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있어' 온라인 토론회에 참석한 김재열 사람을세우는사람들 대표는 이 같이 말했다. 총 이틀에 걸쳐 이뤄진 포럼에서는 은둔형 외톨이(고립청년) 당사자는 물론 지원단체, 부모협회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 차원의 은둔형 외톨이 지원 정책 수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약 한 달 뒤인 8월 25일에는 서울시의회 주최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의 길을 찾다' 토론회가 열렸다.

포럼 참석자들은 "의회의원, 국회의원 같은 '높으신 분'들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결국 지원이 '왜 필요한가?'라는 응답에 답하기 위해서는 정의와 실태조사가 선행되고 필요한 대안들이 연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가 여러 방면에서 '점'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결국 이를 연결해 하나의 제도적 장치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 청년들은 취업난, 생활고, 사회적 고립 3중고를 겪고 있다"며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도록 맞춤형 정책을 통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석범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는 "경기도 역시 '고립 청년' '보호종료 청년' '니트족' 등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시군 차원에서도 민간 청년 활동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열고 나와도 잡아주는 손이 없다… 예산없어 문닫는 지원단체 [숨어버린 사람들 (7) ‘은둔형 외톨이’ 지원정책 서둘러라]

■제도화, 결국은 '예산'과 '분배'의 문제

파이낸셜뉴스가 만난 은둔형 외톨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이 강조한 '제도화'의 핵심은 결국 정책을 통한 관련 '예산 확보'와 지속가능한 사업의 운영으로 귀결된다.

예산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자녀로 둔 부모는 비싼 상담 비용이 부담이 된다. 또 막상 은둔 자녀에 대한 도움을 청하려 해도 이에 대한 상담을 요청할 창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민간에서 운영되는 몇몇 지원 단체들이 있지만 이들 역시 단발성의 지자체 사업 등에서 비용을 충당할 뿐 지속가능한 운영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오쿠사 미노루 K2인터내셔널코리아 슈퍼바이저는 "2010년 초반부터 기숙형 대안학교 '꿈터' 기숙형 서비스 'K2' 등 은둔형 외톨이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관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현재 은둔형 외톨이 지원 사업을 운영했던 '유자살롱' '소풍 가는고양이' '참새의상실' 등 몇 개 단체가 이미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 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법적 지원 근거 미비로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없고 △부정적 사회적 인식으로 공론화가 되지 못하며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도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있으며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비용이 많이 들고 △지원사업 경험자가 적고 제도가 없으며 인재 부족 등이 꼽힌다.

가족 입장에서는 어디로 가야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상담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정신과에서 단순히 약 처방만 받는 경우도 많다. 상담을 하려고 해도 '본인이 나와야 상담 가능' 원칙 때문에 상담조차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사무소의 가정방문상담 서비스가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신청을 해서 상담사가 방문해도 5회 이상 상담에 응하지 않으면 지원도 종료되는 상황이다.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 부모협회 대표는 "자살예방상담전화처럼 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은둔형 외톨이들이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이들과 상담할 수 있는 상담사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단체 가장 큰 애로점은 '예산'

은둔형외톨이연대 준비모임은 지난해 8월 35명을 대상으로 소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은둔 과정에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복수응답)은 마음 상태에 대한 진단과 치료(75%), 용돈 등 경제적 지원·지식과 정보(56.3%) 순으로나타났다. 가장 선호하는 도움 방법의 경우 1시간 이내의 상담센터(31%)와 온라인 지정 상담(25%) 순으로 많았다.

윤철경G'L 학교밖청소년연구소장이 '은둔형 외톨이 지원기관' 현황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16개 기관이 응답했으며 이들 단체 10곳 중 7곳은 설립주체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이들 기관의 경우 지자체와 관계하는 곳이 12곳, 정부 관계 기관이 6곳으로 지자체와 관계를 맺는 곳이 더 많았다. 이들의 외부지원 평균 금액은 1개소당 평균 5500만원 수준이었다. 정부 지원은 평균 460만원, 지방자치단체 지원은 평균 1344만원, 민간단체지원은 평균 3257만원 수준이었다.

이들 단체들의 사업운영상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16곳 중에 10곳이 '예산'을 꼽았다. 인력 부족과 전문성 교육 기회 부족은 각각 2곳이 문제라고 응답했다. 이 밖에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기관지원 및 연구가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조례 및 법률 제정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10개소로 가장 많았다. 또 충분한 예산 확보를 꼽은 곳도 4곳에 달했다.
정부 및 지자체에서 지원해야 할 사항에 대한 문항에서도 제도적 기반 마련과 예산확보, 인력 확보 및 지원 등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윤철경 소장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위한 실태조사, 조기 발굴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함께 사회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대상 발굴, 성과를 내기까지 오래 시간이 걸리는 사업에 대한 질적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며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적합한 성과지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이진혁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