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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상상으로 만든 꿈'이 미래의 무대다

[특별기고] '상상으로 만든 꿈'이 미래의 무대다
솔기 뜯어진 야구공을 던지고 쳐낸다. 이 중 어떤 녀석은 수년 후 메이저리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쿠바의 어느 오후 소년들의 표정은 티없이 맑고 밝았다. 이듬해 아바나 현대미술관의 전시 주제는 '꿈'이었다. 그리고 전시실 한가운데 크게 자리를 잡은 조형물은 바다 위에 걸린 비행기였다. 북아프리카인들이 지중해를 건너 마르세유에 정착했듯 쿠바인들은 "카리브해를 넘는 마이애미행 비행기를 타고 싶어한다"는 설명이었다.

대부분 거주지가 아파트인 우리나라는 어떤가. 단지 내에는 놀이터와 체육시설이 있지만 누군가 서로에게 나누고 싶은 무엇을 들고 나와 채울 수 있는 빈 공간은 없다. 조성된 상가 주변에서 주민장터라도 열었다가는 각종 민원이 빗발쳐 채 반나절도 버티기 어려울 게다. 아주 오래전 동네 꼬마들이 모여 하던 축구, 야구는 진작에 사라졌다. 주택가 도로에는 차가 더 많고 눈을 들면 학원 간판이 빼곡하다. 놀이도 전문적인 강습을 통해 유명세와 고액연봉이 따르는 프로선수가 될 것을 목표로 하는 공부가 되었다.

자정 가까운 시간 유명 학원가 앞을 지나게 되었다.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과 기다리고 있던 차가 뒤엉겨 옴짝달싹할 수 없다.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하고 나서야 제 속도로 달리며 문득 2년째 줌으로 만나고 있는 학생들 얼굴이 떠올랐다. 똑같은 과정을 거쳐 화면 앞에 앉았을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어떤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거나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2009년, 영화 '아바타'가 보여준 것은 육체가 처한 물리적 한계를 넘나들지만 주인공이 의지한 대로 움직이는 부캐였다. 2021년, 발전한 기술은 보다 젊고 아름다우며 개성이 살아 있는 내 아바타를 만들어냈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메타버스 드라마 제작을 시도하는 지금, 학자들의 주장처럼 물리적 한계를 극복해 감각이 작용하는 디지털 세상까지 구현된다면 학생들이 설 무대는 어디가 될 것인가.

마이애미로 날아 간 쿠바인들은 부모가 살아온 것과 다르게, 자식들이 꿈을 이루며 살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즐길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에 취직이 꿈이 되었고,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아이들. 일상에서나 온라인에서나 주변의 희망에 맞춰 사느라 쌓인 압박을 풀어낼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 이들에게 어디서나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도서관 열람실에서 잠시 숨 돌리며 상상하라 말하고 싶다. 이어폰을 빼고 극장 객석에 앉아 음악에 취해 보는 것도 좋다.
거리에서 춤을 만나면 함께 몸을 흔들어 보라.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주변에 손을 내밀어보자. 나도 누군가에게 참 좋은 사람이 되어 가슴 벅찰 수 있다.

'오징어게임'이나 '기생충'은 우리의 문화를 담은 누군가의 꿈이었다. '취직'은 수단일 뿐, 지난 2년이 보여주었듯 급변할 세상에서는 '상상이 만든 꿈'이 바로 우리의 무대가 될 것이다.

김신아 양천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