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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ESG 확산은 차근차근

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얼마 전 서울대학교의 한 기관으로부터 대학이 ESG라는 과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연구를 제안받았다. 제안한 분들은 기업의 경영이나 환경, 사회 분야의 연구자가 아닌 다른 분야 교수들과 학교의 정책기관 담당자들이었다. 매우 고무적으로 여겨졌고 반가왔다. 하버드대학교가 이번 학기부터 ‘기후부총장’ 직을 새로 두어 대학 내 ESG관련 연구 기능을 통합하고 대외 교류를 전담하기로 한데서 드러나듯이 대학도 ESG 연구와 그를 통한 사회기여에 동참하는 것이 조류다.

그런데 연구의 방향과 내용, 연구팀 구성이 여의치 않아 아쉽지만 훗날로 미루기로 했다. ESG 분야 연구자 저변이 아직 넓지 못하고, 나아가 대학이라는 특수한 기관에 적용될 ESG 내용에 대해서는 생각과 연구기반이 충분하지 못함을 깨닿는 계기가 되었다. 종래 논의해 오던 친환경 캠퍼스, 인권 차원에서의 학내 근로자 근무환경 개선, 그리고 대학의 ESG 전반에 대한 연구 역량 마련과 결과물 축적을 통한 사회기여, 의대와 대학병원 차원의 ESG 등 먼저 떠오르는 세부 과제들이 적지 않았지만 일정한 기간 내에 의미있는 컨텐츠를 정리하고 정책 권고안을 만드는 일은 아직 힘에 부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렇듯 이제 ESG는 사회 다방면의 구성원들에게 익숙한 개념이 되었고 그에 내재된 가치를 각 분야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모두가 생각해 보는 단계까지 나아간 것이다. 예컨대 위 연구과제 건 외에도 필자는 종합병원 최초의 ESG위원회를 설치한 서울아산병원에서 경영진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ESG 강의를 한 바 있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으로부터도 ESG 강연 초청을 받았다. 의료계의 관심을 반영한다. 물론, 기업과 금융기관, 언론 외에 ESG에 대해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은 교육연구기관인 대학이다. 필자는 2021년 후반기에만 서울대학교 로스쿨, 경영대학, 행정대학원, 생활과학대학, 통일평화연구원, 금융경제연구원 등에서 ESG를 주제로 강연했다.

ESG가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조차 없어진 것, 사회 전반에서 ESG를 반영한 행동의 내용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분명한 진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ESG의 출발점인 동시에 가장 큰 실효적 의미를 추구해야 하는 기업과 자본시장에서 아직 ESG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구현 방법론이 정립되지 못한 상태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다른 분야에서는 서두르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관망’하는 편이 바람직해 보인다.

ESG 가치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업의 성공에는 기술개발, 인재양성과 경영대학에서 가르치는 모든 과목의 컨텐츠가 최적으로 구현되는 기업 조직과 운영이 우선이다. 그 모든 측면에 ESG가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영자들이 신중하게 ESG에 적응해 나갈 것이고 필요한 경영기법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환경도 변화된다.

금융투자업계도 그와 병행하여 투자에 대한 철학과 방향, 전략을 개발할 것이다. 하버드경영대 세라페임 교수에 의하면 아직 ESG 정보에 즉시즉시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ESG 측면의 진전이 저조해서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기업은 사모펀드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공개기업의 수가 감소하면 기업과 시장의 투명성이 후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동 교수는 자신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ESG가 저조한 기업으로부터는 투자를 철수해야 하는가?”라고 소개하면서 그 답은 “투자 철수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라고 전한다. 투자 철수가 가장 효과적인 ESG 집행수단으로 잘못 생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비판과 참여가 더 효과적이이고 비판에는 ESG 공시의 정비가 긴요하다.

ESG는 일종의 유행이다. 새로운 스타일의 안경이 등장한 것과 같다. 우리가 항상 보던 사물을 새로운 관점과 컬러로 보이게 한다. 종래 논의되던 것들에 알파벳 세글자가 엄청난 동력을 부여했다. 효과적인 광고 카피 같다. 유행은 언젠가 끝날 수 있어도 좋은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본 우리의 관점은 결국 생각과 행동을 달라지게 할 것이다. 그러나 안경이나 광고가 사물의 본질 자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달라진 생각이 지속가능하도록 그 실행방법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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