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변이에 따른 재봉쇄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각국이 치솟는 물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폴란드, 헝가리, 미국 등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정치적 압력이 고조되면서 휘발유 가격 상한제부터 저소득 가계 소득 지원, 전략비축유(SPR) 방출 등 온갖 대책이 나오고 있다.
또 스페인, 터키 등 유럽 남부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시위가 거세지면서 정부의 대응이 강화되고 있지만 이같은 대응이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스페인, 대규모 시위에 대응 서둘러
18일(이하 현지시간) AP에 따르면 스페인의 물가상승률은 29년만에 가장 가파르게 치솟아 5.5%를 기록했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에너지로 휘발유 가격이 1년전보다 무려 63% 폭등했다.
유럽의 가스 품귀난 속에 전기 요금도 1년간 47% 폭등했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지난주 치솟는 휘발유 가격에 항의해 대형 화물트럭 수십대가 도심에서 '저속 행진' 시위를 했다.
트럭 운전사들은 스페인이 팬데믹으로 봉쇄에 들어갔을 때 자신들은 희생하며 물류를 담당했지만 이제 유럽이 그린경제로 초점을 맞추면서 버려졌다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 운전사들이 적재·하역하지 못하도록 했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을 바꿨다. 운전사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조처다.
아울러 운송업체들이 트럭 연료인 경유 비용 상승에 맞춰 운송비를 인상토록 의무화했다. 트럭 운전사들간 출혈경쟁을 막도록 하는 조처였다. 트럭 운전사들은 경유 가격이 35% 폭등했다며 정부에 대응책 마련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물류비 상승은 생산비용 상승을 불러 각종 제품 가격 인상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
■ 헝가리 휘발유·경유가격 상한제
미국은 치솟는 물가에 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SPR 5000만배럴을 방출해 유가를 안정시키고, 로스앤젤레스항을 연중무휴 가동해 물가상승 배경 가운데 하나인 물류난 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헝가리는 아예 연료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주유소 기름 값이 사상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휘발유·경유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총선이 수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파 정부가 2010년 선거 이후 최대 위협에 직면하자 좌파도 잘 내놓지 않는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가격상한제로 가계는 일부 도움을 받겠지만 소규모 주유소들은 문을 닫게 됐다면서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 폴란드 "EU 반석탄정책이 물가상승 원흉"
최근 유럽연합(EU)과 갈등이 잦아진 폴란드는 높은 인플레이션, 그 배경인 높은 에너지 비용의 근본 배경이 EU의 탈석탄정책에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수요 증가를 에너지 가격 상승 배경으로 지목했지만 폴란드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EU가 석탄에 반대하는 정책 기조를 택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폴란드는 유럽의 대표적인 석탄생산국이다.
폴란드는 물가가 치솟자 최근 하원에서 최저 소득가계에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구당 500~1250즈워티(약 14만5000원~36만원)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
또 전기비, 난방비, 차량용 연료비는 세액공제도 된다.
■ 터키, 치솟는 인플레이션에도 금리인하
18년만에 가장 높은 10.74%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브라질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한데다, 백신에 관해서도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며 탄핵 움직임까지 있다.
여기에 물가난까지 겹쳐 시위는 좀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식 경제접근으로 경제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터키 리라 가치 폭락으로 수입물가가 폭등하면서 물가상승률이 21%로 치솟았지만 중앙은행(TCMB)은 16일 기준금리를 15%에서 14%로 다시 내렸다.
그 후폭풍으로 16일 리라는 7% 더 급락해 사상최저치로 추락했고, 이스탄불 증권거래소는 주가 폭락으로 2차례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며 거래가 중단됐다.
금리를 올리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 총재의 목을 날려버리는 바람에 TCMB 총재들은 수년간 대통령 눈치를 보며 금리인하에 여념이 없다.
치솟는 물가 속에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거세지자 터키는 16일 월 최저임금을 2825리라에서 4250리라로 50% 인상했다.
임금인상은 그러나 기업 비용 상승, 이에따른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또 다른 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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