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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쓰레기 年 235억 개.. 밀랍랩으로 바꿔요 [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연간 1인당 비닐봉지 460개 사용, 남한 면적 70% 덮는 양
밀랍랩이 비닐보다 식품에 더 좋아
비닐 안 쓰면 이산화탄소 6,700t 감축
[파이낸셜뉴스] 한국에서 연간 사용하는 비닐봉지가 235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일회용의 유혹,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 한국인이 1년에 쓰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인당 연간 비닐봉지 460개를 사용하는 셈이다. 사용한 비닐봉지를 종량제 봉투 20L에 담아 늘어놓으면 남한 면적의 70%를 덮는 양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재활용쓰레기 센터에 폐비닐이 수북히 쌓여 있다.2018.4.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재활용쓰레기 센터에 폐비닐이 수북히 쌓여 있다.2018.4.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사진=뉴스1


사용한 비닐들을 재활용하면 괜찮지 않을까. 한국의 비닐을 포함한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62%로 유럽연합(EU)의 40%보다 높아 보인다.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의 절반 이상은 태워서 재활용한다. 다른 폐기물의 고형 연료로, 화력 발전 등에 필요한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연소성이 낮아 태울 때 오염물질을 만들어낸다. 특히 비닐은 재질 구분 없이 태우기 때문에 다이옥신이나 염화수소 가스와 같은 유독물질이 배출된다. 사실상 소각과 같기 때문에 EU에서는 플라스틱을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 회수’는 재활용률에 포함하지 않는다. EU 기준으로 한국의 재활용률을 따지면 22.7%로 크게 떨어진다.

비닐 대신 밀랍랩, 식품에 오히려 좋아

비닐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방법은 쓰지 않는 것이다. 무작정 줄이기 힘들다면 비닐 대신 쓸 수 있는 다회용 랩으로 대체하자. 가정에서 비닐 대신 쓸 수 있는 다회용 랩은 밀랍랩, 실리콘랩, 사탕수수랩 등이 있다. 이 중 밀랍으로 만든 밀랍랩을 직접 써봤다.



천에 밀랍을 코팅한 밀랍랩은 비닐처럼 산소와 수분의 이동을 막아준다. 밀랍은 비닐의 원료인 폴리에틸렌과 비슷한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비닐에 식품을 보관할 때처럼 밀랍랩으로 감싸면 외부의 산소와 수분을 차단해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비닐에는 없지만 밀랍랩에는 있는 게 있다. 바로 항균성이다. 밀랍에 들어있는 프로폴리스는 박테리아를 억제하는 항균 효과가 있다. 밀랍랩으로 보관하면 식중독균을 억제해줘 비닐보다 식품을 보관하기 더 좋다.

밀랍랩은 평소엔 뻣뻣한 천이지만 손으로 만지면 금세 부드러워지며 접착성이 생긴다. 밀랍랩을 잠시 쥐고 있으면 손의 열로 밀랍이 녹아 식품에 밀착된다. 식품의 크기나 모양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반 자른 수박처럼 넓은 면을 감싸야 한다면 밀랍랩 두 개를 붙여서 감쌀 수 있고, 그릇을 덮어 뚜껑처럼 활용해도 된다. 봉투모양으로 접어 가장자리를 잘 붙이면 작은 식품도 담을 수 있는 봉투로 쓸 수 있다.

크기가 큰 알배추를 밀랍랩 두 개로 감싼 모습 /사진=임예리 기자
크기가 큰 알배추를 밀랍랩 두 개로 감싼 모습 /사진=임예리 기자


밀랍랩은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나 여러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면 100%인 천을 준비해 프라이팬 또는 다리미로 밀랍을 녹여 천에 먹이고 서늘한 곳에서 굳히면 된다. 밀랍과 함께 송진 가루와 천연 오일을 함께 녹여주면 밀랍랩의 접착력을 더 높일 수 있다. 밀랍이 동물성 재료라 망설여진다면 밀랍 대신 소이 왁스로 만들어도 된다.

밀랍랩은 6개월간 재사용이 가능하다. 사용하다 밀랍랩에 음식이 묻으면 차가운 물로 가볍게 세척해 쓸 수 있다. 6개월간 사용했거나, 사용 중 접착력이 약해졌다면 다시 밀랍을 먹여 사용하면 된다.

따뜻한 열에 녹는 밀랍의 특성상 따뜻한 음식은 한 김 식혀서 보관하고, 전자레인지 사용은 피해야 한다. 달걀, 육류의 보관도 가급적 삼가해야한다. 가열해야 사라지는 살모넬라균에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비닐 안 쓰면 이산화탄소 6,700t 감축

이미 지난 2019년 대형마트 등 전국 2,000여 곳의 슈퍼마켓에서 속비닐을 제외한 1회용 비닐 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마트에서 1회용 비닐 봉지가 사라진 지 4년. 계산 이후에 투명한 1회용 비닐 대신 종량제 봉투 혹은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게 익숙해졌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단 하루만 비닐을 사용하지 않아도 원유 95만 1600l, 이산화탄소 약 6700t을 감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1회용 비닐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작년 비닐을 비롯한 폐플라스틱 발생 저감과 재활용을 위해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라벨 없는 용기 사용 업체 대상으로 생산자 분담금을 경감하고, 2030년 모든 업종에서 1회용 비닐봉지와 쇼핑백 금지 등의 내용이다.

환경부는 탈플라스틱 대책을 통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줄이고, 분리배출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현재 54%에서 70%로 상향시키는 등 대체 플라스틱 사회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yerilim@fnnews.com 임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