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제주관광산업은 관광진흥법에 근거해 제주관광협회가 설립된 1962년 2월22일 이후 올해로 60년째를 맞았다. 전쟁과 4·3을 딛고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제주도가 어떻게 국제관광지로 떠올랐는지 살펴보고 제주관광 발전에 기여한 업계 사람들과 흥미로운 뒷얘기 등을 연중 소개한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한때 제주 최고급 호텔이자 최고층 건물이었던 한진그룹의 제주칼호텔이 오는 30일 폐업한다.
1974년 완공된 제주칼호텔(72m, 19층)은 제주관광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도내 숙박업소 중 한 곳이었다.
2014년 롯데시티호텔 제주(89m, 22층), 2019년 완공된 드림타워(169m, 38층) 이전까지 도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기도 했다.
그랬던 칼호텔이 하필이면 제주관광 60주년이 되는 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것도 경영 악화가 그 원인이어서 뒷맛을 더욱 씁쓸하게 한다.
사정는 다르지만 칼호텔뿐만 아니라 마리나호텔과 뉴크라운 호텔 등 1980년대 전후 세워진 호텔들이 줄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주상복합이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관광 중심이 렌터카 증가 등으로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이동하는 등 여행 트렌드가 변한 탓으로 보고 있다.
◇30실 탐라여관으로 시작해 1970년대부터 호텔 대형화
제주관광협회가 발간한 '제주관광협회 50년사' 등에 따르면 제주에서 전문숙박업은 1950년대 제주시 관덕정 뒤편에 있던 탐라여관(약 30실)이 시초였다.
비슷한 규모의 여관들이 제주항이 있는 동문로터리를 중심으로 연이어 들어섰지만 서비스라는 개념조차 없던 영세 규모의 숙박업소들이었다.
현재의 '호텔'이라는 정의에 그나마 부합한 곳은 1959년 8월30일 개관한 지방 국영호텔인 서귀포관광호텔이다.
정부가 관리 및 운영하는 서귀포관광호텔은 고위층 공무원이 주 고객이었다.
1963년 10월13일 도내 최초의 민영호텔인 제주관광호텔이 개관했고 1970년대부터 제주칼호텔 등 대형 호텔들이 속속 들어선다.
1970년대는 정부가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고 1973년 관광종합개발 계획을 발표한 후 서귀포시 중문에 대규모 관광단지(현 중문관광단지)를 조성하던 때이다.
1973년에는 제주국제공항 활주로가 확장돼 관광객을 대량 수송할 수 있는 항공기(보잉 722)가 취항했다.
1981년 7월에는 그랜드호텔(현 메종글래드 제주)이 문을 열었고 서귀포시에는 중문관광단지 조성과 함께 1985년 하얏트리젠시, 1990년 제주신라호텔 등이 잇따라 개관했다.
1981년 342개 업체에 객실수 5747실이었던 도내 숙박업소는 2022년 2월 기준 6244개 업체에 7만7602실로 증가했다.
제주가 신혼여행의 메카로 명성을 떨치던 시기도 이즈음이다.
현재는 특급호텔뿐만 아니라 독채형 고급 펜션이나 개별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이 다변화했고 상대적으로 3~4급 수준의 호텔들은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는 추세다. 코로나19는 이같은 변화를 더욱 부추겼다.
◇박정희 전 대통령 국영호텔에서 모기떼에 '곤욕'
다시 1960년대로 돌아가보자.
당시는 도내 호텔업이 막 눈을 뜬 시기였고 제주에 항공기를 타고 여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제주에는 고작 하루 한두편의 항공기가 오가는 수준이었다.
손님들이 호텔에 도착하면 지배인을 포함해 호텔 모든 직원이 입구에서 박수를 치며 맞이했을 정도였다.
이런 일화도 있다.
제주관광호텔 초기 도어맨이 실종된 사건이 벌어졌다.
나중에 찾아 이유를 들어보니 예전 자신을 가르치던 담임교사가 호텔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창피해 도망갔던 것이다.
그만큼 호텔 종업원이라는 직업의 인식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1960년대는 제주는 물론 전국의 호텔 민영화가 본격화한 시기이기도 하다.
호텔 민영화에도 뒷얘기가 있다.
1965년 7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 내외 등 대통령 가족이 국영호텔인 서귀포관광호텔에 묵었다.
에어컨시설도 제대로 안된 객실에서 대통령은 창문을 모두 열고 잠을 자야했다.
"앵~앵"거리는 모기떼에 잠을 설친 박 대통령은 다음날 "민영호텔 서비스는 좋은데 국영호텔서비스는 엉망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서슬퍼런 시절 대통령의 숙면을 방해한 이 사건의 파장은 컸다.
이 모기 사건이 일어나고 열흘도 되기 전에 전국 지방국영호텔의 민영화가 추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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