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사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여러 개의 사망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금 지급이 제한되는 일정 시점을 벗어난 직후 극단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보험사는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 유족들이 보험사 3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지난 2015년 귀국했다. A씨는 2015년 1월부터 3월까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총 10개의 사망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A씨는 2010년부터 사망 시 보험금 10억원을 지급하는 종신보험계약 보험료 271만원을 매월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A씨가 가입한 생명보험계약 약관에는 계약 보장 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극단선택에 따른 사망을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A씨는 마지막 생명보험 계약 체결일로부터 정확히 2년이 경과한 날에 집을 나서 극단선택으로 사망했고, 이후 A씨 유족들은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극단선택 면책기간이 만료된 직후, 극단선택에 따른 사망이 의심되는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 지급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1, 2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A씨의 보험계약 목적이 부당한 만큼 이 계약은 무효"로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은 "A씨가 보험계약 체결 무렵 안정적 수입이 없었고 주식투자로 상당한 금액을 잃었던 점, 이미 상당한 보험금을 납부하던 상황인 점 등을 보면 결국 A씨는 보험금 부정 취득을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극단선택 면책기간을 지났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그 목적이 부정했다면 계약 자체가 무효인 만큼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보험계약 목적에 의심이 드는 측면이 있지만 그것을 단정할 수는 없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을 뒤집었다. 2심은 A씨가 가입한 보험들이 저축성이 아니라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보험이었던 점, 극단 선택 전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고 마지막 보험 계약 체결일로부터 정확히 2년이 지난 뒤 극단선택한 점 등을 볼 때 보험금 부정 취득 의심이 드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A씨가 중국과 한국 등에서의 아파트 매매대금, 상당한 액수의 주식투자금, 배우자 예금 채권과 주식 등 재산 현황을 볼 때 추가로 체결한 보험금 납부액이 과다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은 "당초부터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는 측면이 있으나, 그것 만으로는 보험계약 체결 동기가 보험금 부정 취득을 노린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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