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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원숭이두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3 18:40

수정 2022.05.23 18:40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 15개국에서 모두 120명의 원숭이 두창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1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 15개국에서 모두 120명의 원숭이 두창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1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현대인의 불치병은 월요병'이라는 우스개가 유행한 적이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호랑이에게 물려가거나, 마마에 걸리는 것이 가장 두려웠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더 겁난다는 얘기다. 여기서 마마(마마)는 두창(痘瘡·smallpox)을 이른다. 마마·손님·천연두라는 별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신라 선덕왕과 문성왕이 이 병에 걸려 얼굴에 곰보자국을 가진 것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40회가 넘는 두창 유행 기록이 남아 있다. 1879년 지석영에 의해 본격적인 서양식 종두법이 시술되기 전까지 두창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두창은 아즈텍 제국을 멸망시켰고, 전 세계인 사망 원인의 10%를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79년 두창을 박멸된 질병이라고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9년 이후 환자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다. 생물테러무기로 두창 바이러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람 두창을 닮은 원숭이두창(monkeypox)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3일 WHO에 따르면 유럽·미국·중동 등 15개국에서 120여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 덴마크의 한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처음 확인됐다. 그동안 쥐나 다람쥐 등 설치류에 퍼지는 동물감염병으로 알려졌으나 1970년 콩고의 한 어린이가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이후 인수공통감염병이 됐다. 서부 및 중앙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 치사율은 변종에 따라 1∼10% 수준이다.

WHO는 사람 두창 백신이 원숭이두창을 85% 정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3502만명분의 천연두 백신을 보유 중이다. 다만 천연두 백신을 원숭이두창에 적용하려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팬데믹을 대비해야 하는 건가.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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