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크래프트 리그닌)를 활용해 나일론 원료를 만드는 촉매 공정이 개발됐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안광진·김용환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이 리그닌에서 탄소 화합물과 방향족 화합물을 추출해 나일론 섬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Caprolactam)과 아디프산(Adipic acid)을 제조하는 촉매 공정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19일 밝혔다.
리그닌(Lignin)은 목재의 15~35%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종이를 만드는 펄프 공정이나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면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리그닌 속에는 유용한 방향족 물질이 많고 산업적으로 배출되는 양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지회사에서 배출된 리그닌은 전량 회수돼 전력이나 스팀 공급원으로 이용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 등의 문제와 고부가가치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는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산업공정에서 나오는 리그닌에 다량의 오염물질이 포함돼 있고 구조도 복잡해 다른 물질로 쉽게 전환하기 어려웠다.
안광진·김용환 교수팀은 국내 제지·석유화학기업에서 제공한 리그닌 부산물을 이용해 유용한 물질을 얻을 방법을 찾았다.
우선 리그닌에 수열 반응(100℃, 1기압 이상의 고온 고압 하의 물이 관여하는 반응)을 적용해 오염물 등 서로 다른 성분을 분리해냈다.
분리된 성분 중 수용성 유분에서는 구아이아콜(Guaiacol)을 추출해 나일론 원료로 전환할 기초물질로 삼았다. 리그닌의 다른 성분인 탄소 분말과 리그닌 오일은 반응 촉매를 만드는 데 쓰였다.
두 물질로 만든 탄소 구조체에 산화몰리브덴(MoO₂)이나 팔라듐(Pd)을 추가해 용도에 맞게 쓰기로 한 것이다.
구아이아콜에 두 촉매를 단계적으로 반응시킨 뒤, 산(acid)을 이용한 촉매 반응까지 추가하면 나일론 원료가 만들어진다.
안광진 교수는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골칫덩어리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재처리해 고부가가치를 갖도록 원료화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복잡한 공정과 다양한 부산물 때문에 상용화가 어렵던 목질계 부산물 처리와 고부가가치화 등에 응용될 가능성이 큰 기술이다"고 덧붙였다.
또 "앞으로 촉매 효율을 높이고 분리 공정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실험실 단위의 성과를 산업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촉매 제조기술과 촉매 공정 프로세스를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과 그 후속 과제인 기후·환경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발명된 기술은 '리그닌을 이용한 고분자 단량체의 제조방법' 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출원됐으며, 촉매와 화학공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촉매과학 & 기술(Catalysis Science & Technology)' 6월호 뒤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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