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78억 마리 폐사? 사라지는 꿀벌 돕고 싶다면 [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임예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3 08:45

수정 2022.09.03 08:44

지난겨울 꿀벌 약 78억 마리 폐사 피해 꿀 소비, 도시양봉, 집 앞 꽃 심기로 도울 수 있어
[파이낸셜뉴스] 아몬드 한 줌, 우유 한 컵, 채소가 가득한 샐러드가 식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농작물들의 수분을 담당하는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1종이 꿀벌에 의해 열매를 맺고 있다. 특히 아몬드 나무는 자가 수분이 불가능해 꿀벌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식탁에 올라오는 농작물은 물론이고, 가축의 사료까지도 꿀벌의 도움으로 생산된다. 식물부터 동물까지 많은 생물이 꿀벌의 도움을 받아 사는 만큼 꿀벌은 생태계 순환에 필수적이다.


2010년대 들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꿀벌의 30~40%가 사라지고 있다. 유엔(UN)은 벌의 중요성과 기후 온난화 등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상황을 알리기 위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 (World Bee Day)’로 제정했다.


지난겨울 꿀벌 약 78억 마리 폐사 피해


국내에서도 지난겨울에만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폐사했다.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겨울 월동 중인 사육 꿀벌 약 39만 봉군(약 78억 마리)이 폐사 피해를 입었다. 전국 양봉 농가의 220여만 개 벌통 중 17.2%의 벌들이 사라진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월동 꿀벌 피해 합동 조사 결과에서 해충인 꿀벌응애와 천적인 말벌,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상기상으로 꿀벌들은 발육이 원활하지 못한 데 반해 꿀벌응애와 말벌이 번성해 오랜 기간 꿀벌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농가에서 해충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살충제를 과도하게 사용해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겨울철 이상 고온도 문제로 꼽았다.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해 월동 중이던 벌들이 채집 활동을 나갔다 기온이 낮아 돌아오지 못했다. 기온이 높은 전남과 경남, 제주 지역 피해가 다른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꿀 소비, 도시양봉, 집 앞 꽃 심기로 도울 수 있어


사라지는 꿀벌을 위해 도시에서도 벌들을 도울 방법이 있다. 꿀을 소비하고, 집 옥상에서 직접 양봉을 하고, 집 앞에 다양한 꽃을 심는 것이다.

꿀을 소비하면 꿀벌을 돌보는 양봉 농가에 큰 도움이 된다. 양봉 농가에서는 벌이 집을 지을 수 있게 집터를 만들어주고, 항상 깨끗한 물을 준비한다. 꽃이 피지 않는 이른 봄에는 벌이 굶지 않게 대용 화분을 준비하고, 겨울철에는 벌이 추위에 약해지지 않도록 벌집을 따뜻한 곳으로 옮겨준다. 그뿐만 아니라 꿀벌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약을 치고, 벌들의 상태를 확인하며 병에 걸린 벌을 치료해 주기도 한다.

양봉 농가의 보살핌을 받고 건강하게 자란 벌들은 자유롭게 주변을 날아다니며 채집 활동한다. 인근 농장과 주변 식물들의 꿀을 채집하고 꽃가루를 나르며 식물들의 성장을 돕는다. 식물들이 번성하면 곤충들이 많아지고, 작은 새들이 찾아와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도시양봉 /사진=[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유튜브
도시양봉 /사진=[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유튜브

조건만 맞는다면 집 옥상에서 직접 양봉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시는 의외로 꿀벌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 따뜻한 곳을 선호하는 꿀벌에게 도시의 고온 건조한 기온이 잘 맞는다. 농가와 달리 살충제의 영향을 덜 받고, 도시의 조경으로 심어놓은 꽃과 나무 덕분에 먹이 걱정도 없다.

미국 유럽 등 외국에서는 도시양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뉴욕의 경우 도시양봉이 법이나 제도적으로 자리 잡았다. 옥상, 침실 창틀 등 도시의 다양한 곳에서 시민들이 양봉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 서울시청 옥상에서 양봉을 시작 한 이후로 여러 시군구청에서 도시 양봉을 지원하고 있다.

집 앞에 다양한 꽃들을 심는 것도 꿀벌에게 도움을 준다. 농업과 도시 개발로 꿀벌의 먹이인 밀원(蜜源)식물이 줄어들고 있다. 국내 주요 밀원수종인 아까시나무도 조림 기피와 노령화 등으로 분포 면적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상기후로 개화기간마저 줄었다.


정부는 꿀벌 보호를 위한 밀원 개발과 생태계를 보전에 나섰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6월 2023년부터 8년 동안 48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꿀벌 사육·병해충 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밀원 모델 개발, 생태계서비스를 연구한다고 밝혔다.



yerilim@fnnews.com 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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