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에너지 무기화에…세계 최대 고속입자가속기 가동도 중단
기사내용 요약
유럽 각국 전력 수대 많은 겨울 대비 대책 고심중
프랑스 전력난 심화로 CERN 가속기 처음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유럽 에너지난으로 핵융합을 실험하는 세계 최대 고속입자가속기 가동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ERN의 세르주 클로드 에너지운영위원장이 입자가속기 시설 일부를 정지하고 필요할 경우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기인 대형강입자충돌기를 공회전시키는 방법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변 지역 정전사태를 막기 위한 전력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CERN의 이같은 움직임은 러시아가 유럽의 에너지 의존을 경제전쟁의 무기로 삼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 가스프롬 PJSC는 지난 2일 노르트스트림1 가스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혀 유럽 각국이 대비책을 수립에 나섰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지역 발전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발표했으며 유럽연합(EU)는 에너지 시장을 개편하는 중이다.
또 가스와 전기 난방수요가 최고조에 이르는 겨울에 대비한 계획을 마련하느라 유럽 각국이 부심하고 있다. 유럽의 철강 및 비료회사들은 전기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돼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지대에 있는 CERN은 프랑스 최대 전기 소비자다. 최대 전기 사용량이 인근 제네바의 3분의 1인 200메가와트에 달한다.
대형강입자충돌기(LHC)는 2012년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히그스입자를 처음 발견한 곳으로 현재 히그스 입자의 특성을 확인하고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를 추적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이 우주 전체에 퍼져 있는 것으로 보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고 있다. LHC는 양자 등의 입자를 가속해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킨 뒤 잠시 나타나는 입자를 조사하고 있다.
클로드 대변인은 44억달러(약 6조원)을 들여 지은 LHC가 갑작스럽게 멈춰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LHC는 연구단지에 있는 8개의 가속기 중 하나며 연구단지에는 반물질을 연구하는 감속기도 2기가 있다.
CERN은 프랑스 국영 전기회사 EDF SA에 전기공급 축소 하루전 통보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대변인이 밝혔다. CERN은 LHC 이외의 가속기부터 중단해 전력 사용량을 25% 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CERN은 지난 7월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크게 줄인 직후 최대 전력을 사용하는 LHC 입자 충돌 시험을 서둘렀다. 이후 프랑스 핵발전소 다수가 멈추면서 정전되면서 에너지 위기가 가중됐다.
LHC를 멈추면 CERN이 사용하는 전력량이 추가로 25% 감축된다. LHC는 절대온도로 냉각된 초전도자기장으로 입자 빔을 굴절시킨다. 이에 따라 빔을 쏘지 않을 때도 막대한 전기를 소모한다. 초전도 자기장 온도를 올렸다가 다시 낮추는데는 몇 주가 걸린다. CERN은 실험 중단 계획을 수립해 이달 말 CERN에 비용을 내는 각국 정부에 제시할 예정이다.
프랑스 원전 가운데 12개의 원자로가 내부 파이프 부식 때문에 가동을 중단하면서 프랑스의 전력 위기가 크게 악화했다. 프랑스 정부는 올 겨울 전까지 원자로 보수를 끝낼 계획이다. 또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경우 가동하는 천연가스 발전소의 가스 비축량도 부족한 상태다.
유럽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전력수요가 급등하면 생산 라인 일부를 멈춰 전력 소비량을 줄이도록 돼 있으나 CERN은 예외였다. LHC는 당초 5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24시간 가동하면서 연구를 수행하도록 일정이 잡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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