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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도체 위기 극복 도움은커녕 훼방만 놓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9 18:32

수정 2022.10.09 18:32

美 對中 수출규제 조치불구
여야 정쟁속 법안 국회낮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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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먹여살려온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예고한 대로 지난주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메모리칩 생산업체인 YMTC를 비롯해 중국 기업 31개사를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지에 공장을 둔 삼성, SK하이닉스 같은 외국기업은 예외 적용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복잡한 절차를 따라야 하는 문제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지금껏 한국 반도체 수출의 40%가 중국 몫이었다.

민관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 하겠다.

미국 당국은 외국기업에 대해 건별로 별도심사를 거쳐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다롄과 우시에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 시설을 가동 중이다. 미·중 갈등 수위에 따라 기업통제 강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통관이 지연되고 신규 장비 도입이 늦어져 생산에 차질을 빚을 여지도 다분하다. 심사 과정에서 우리 기업 측 영업비밀과 기술이 유출된다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다. 미국 제재뿐 아니라 중국이 내놓을 맞불 제재가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미·중 패권싸움뿐 아니라 글로벌 장기침체 국면까지 겹쳐 반도체 산업 전망은 더 험난하다. 전 세계 초긴축 행보, 고금리, 인플레 영향이 실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정보기술(IT) 소비, 투자는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그 여파가 삼성전자 어닝쇼크다. 수요 감소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전자 3·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 이상 빠졌다. 사라진 연말 특수 등을 감안하면 4·4분기도 암울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세계 D램 시장의 매출이 올해보다 15%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겨울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기업들은 지금의 위기 국면을 이겨내기 위해 과감한 기술투자로 고군분투 중이다. 삼성전자가 오는 2027년까지 1.4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추진 로드맵을 발표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그동안 열세였던 파운드리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 세계 1위 TSMC를 따라잡을 계획이다. 하지만 엄혹한 지금의 경제환경은 기업의 노력만으로 돌파가 쉽지 않다. 법과 정책으로 국가가 적극 지원해 주는 것이 세계 흐름이다.

정부와 여당이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라며 야심 차게 추진했던 반도체지원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위가 8월 초 발의한 법안이다. 그런데 여야 정쟁에 밀려 이 법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위 심사조차 진행이 안됐다. 지원법엔 첨단전략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 인허가 신속 처리, 대규모 인재 양성 등이 두루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는 반도체에서 나온다. 퍼펙트 스톰 위기 극복에 국회가 도움을 주진 못할망정 훼방을 놓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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