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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사이버 전력 고도화… ‘확장억제·안보협력’ 총력 대비 필요 [밀리터리 월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9 05:00

수정 2022.11.29 08:56

올해 들어 미사일 80발 발사 ‘역대 최다’
美본토 타격 가능 ‘화성-17형’ 성공 자축
‘사이버테러’, 핵·미사일 더불어 3대 무기
디도스 공격 등 활동… "CIA 맞먹는 수준"
尹정부 ‘담대한 구상’ 제안 대응역량 강화
그래픽=이종윤 기자
그래픽=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북한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다. 이달 2~3일만 해도 수십발의 미사일을 퍼부었다. 일각에선 이 기간 북한이 하루에 미사일 발사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1000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느끼는 '고립감'이 세다는 걸 말해준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강행은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올 들어 1~11월 모두 39차례, 총 80발이 넘는 미사일을 쐈다.
이는 지금까지 한 해 최다 도발 기록인 지난 2019년 27발보다 3배나 많은 수치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질적·양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도발 미사일 종류가 다양해졌고, 액체연료 대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추이를 보여 발사 준비시간이 30분에서 10여분으로 단축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북핵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시대에 접어들면서 북한의 미사일 종류는 크게 늘어 2017년부터 올해까지 발사한 탄도미사일 종류는 총 17종에 이른다.

북한은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미·러 갈등이 구조화·장기화하는 흐름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유민주 진영에 맞선 북·중·러 삼각 밀착이라는 신냉전 구도가 스스로 유리한 정세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중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협력 움직임은 양국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의 명백한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복구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북한 측과 논의했고, 북한산 포탄 등 무기를 공급받거나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미 정보당국에 의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중국 또한 북한 핵 무력 고도화의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선박 무역이나 유류, 석탄, 식량, 의약품 등 지원을 통해 북한과의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北, 핵·사이버 전력 고도화… ‘확장억제·안보협력’ 총력 대비 필요 [밀리터리 월드]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사진 위) 김정은 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공로자들과 함께하고 있는 모습. 둘째딸도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사진 위) 김정은 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공로자들과 함께하고 있는 모습. 둘째딸도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北 화성-17형 미 본토 타격 가능, 대기권 재진입 기술 미지수

북한은 이달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 일본 정부와 한국의 전문가는 이 미사일이 정상궤도로 비행했을 경우 1만5000㎞까지 비행할 수 있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언 윌리엄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팀 부국장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와 관련해 "고각발사는 대기권 재진입 시 열이 덜 발생한다"며 "정상각도로 발사하면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고열을 탄두부가 견뎌야 하는데 북한이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9월 초 이른바 '핵무력 사용을 법제화'하고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법안을 만든 후 남한의 도시들을 대상으로 핵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훈련을 하다가 울릉도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고, 대규모 공군기와 대량의 포격 도발까지 감행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은 미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이 한반도 해역에서 한미·한미일 훈련 등으로 전개된 상황에서도 감행하는 양상을 보였다.

■北핵무력 강화 '방어적' 목적은 난센스

북한은 250kt TNT 위력을 가진 수소폭탄, 즉 한 발로 대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수소폭탄을 100개 정도 개발한 상태로 추정되며, 남한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개발해왔다.

북한이 그동안 강대국으로부터의 자체적 보호수단으로 핵보유를 강조해왔지만 이 정도 핵개발 능력에 비추어볼 때 북한의 '방어적 핵개발'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핵억제이론에서 '최소억제전략(minimal deterrence strategy)'에 의하면 상대방의 1~2개 도시를 파괴시킬 핵능력만 갖고 있다면 핵강대국의 보복도 막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북한이 체제유지 등의 방어적 목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위력(15kt의 TNT 위력)을 가진 몇 발의 원자폭탄으로 충분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목적이 '체제유지'를 위한 방어적이고, 같은 민족인 남한에 핵공격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며, 남한의 재래식 전력이 강력해 북핵 위협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ICBM '화성-17형'을 개발한 목적도 미국의 핵우산을 배제 및 무력화하고 남한을 대상으로 핵무기를 포함한 대규모 기습공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에 그치지 않고 실전에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전 초기부터 대규모로 사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가 공동으로 작성해 발표한 보고서는 북한이 개전 초기에 40~60개의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 세계화력지수 6위는 절대무기 핵파워 제외 평가

'세계화력지수'(Global Firepower Index)에 의하면 한국의 재래식 전력은 세계 6위로 30위인 북한보다 비교우위에 있을 뿐 아니라 핵보유국인 프랑스나 영국보다도 높은 순위에 있다. 세계화력지수는 한 나라의 경제력과 현역 군인의 규모 등 50여가지 기준을 토대로 세계 142개 국가의 군사력을 평가한 결과물이다.

다만 핵무기를 보유한 9개 국가의 핵무기의 파괴력 효과를 어느 정도로 감안할 지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핵 파워(real nuclear power)를 제외한 평가다.

이 때문에 약 200~3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한국이 더욱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런 가운데 국제 핵정치(Nuclear Politics) 학자들 사이에선 아무리 많은 재래식 무기가 있어도 '절대무기'(absolute weapon)로 불리는 핵무기의 파괴력을 상쇄시킬 수 없다는 게 기본적 견해다.

국제 정치학계의 저명한 현실주의 학파 대부이자 고전적 현실주의 이론의 거장으로 불리는 한스 모겐소 박사는 "비핵보유국은 핵보유국의 상대가 될 수 없다"며 비핵보유국은 항복하거나 멸망할 때까지 싸우는 두 가지 대안밖에 없다는 말을 남겼다.

■북 사이버테러는 핵, 미사일과 함께 인민군대의 3대 수단

북한에서 사이버테러는 핵, 미사일과 함께 인민군대의 3대 수단이고 사이버무기는 핵과 생화학무기와 함께 3대 비대칭 전력이며 사이버전력은 핵, 게릴라전과 함께 3대 비대칭 전력으로 규정된다.

사이버전은 최후 결전의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북한에서 사이버전력은 북한의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적 무기이자 핵심전력이다.

북한이 사이버전력을 전략적 무기로 활용하는 이유는 사이버공격이 적은 인원,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는 비용효율성을 가지고 있고 활용이 편리하며 확산이 신속하게 이뤄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직접 물리적으로 침투할 필요가 없고, 익명성 보장으로 은밀하게 활동할 수 있어 상대로부터의 제재와 보복이 어렵다.

북한 사이버전력의 목표로는 남한을 대상으로 사회혼란 조성, 유사시 군사작전 방해, 국가기능 마비, 체제 선전, 경제수입 확보를 위한 외화벌이 등을 들 수 있다.

과거 디도스 공격, 농협전산망 장애 등 다양한 남한 내 기관이나 금융사 등을 상대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이뤄져 금융시장 등을 교란하기도 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공세적으로 사이버공간을 활용하는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변재정 박사는 "북한 해커들의 수준을 미국의 CIA와 맞먹는 수준"으로 추정한다.

■北 비핵화 진정성 믿는 나라 거의 없어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지난 8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이런 무기는 북한의 정치와 안보에서 'DNA'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한반도를 담당했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과거 미국과 한국 등은 대규모 식량지원, 안전 보장, 군사훈련 축소, 유엔 안보리 제재와 미국 독자제재의 전면적인 시행 자제 등을 시도했지만 비핵화에는 별 소용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출범부터 정권이양 전까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종전선언에 매달렸고,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3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을 중재하기도 했지만 결국 북핵 증강을 위한 시간만 부여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시점에서 김정은 정권이 그간 비핵화의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거나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나 세계인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를 위해 보안클러스터 모델의 지역거점 확산으로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10만 사이버보안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핵·미사일과 함께 만능의 보검'이라고 사이버전을 강조한 만큼 윤석열 정부는 북핵·미사일 위협과 함께 사이버전에도 철처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냉정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북한에 '담대한 구상'을 제시하면서 자체적 대응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확장억제와 한미동맹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고금의 절대 명제처럼 국가안보에 관해서는 최악의 상황까지 설정해 철저하게 총력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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