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fn팩트체크] '촉법소년 만14→13세' 하향조정시 범죄예방 효과 있다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1.25 16:10

수정 2023.01.25 16:55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020년 4월 29일 오전 0시 10분. A군(13)과 그의 친구 7명은 서울 양천구에서 훔친 렌터카를 몰고 대전으로 이동했다. 당연히 이들은 무면허 상태였고 훔친 차량에 대한 도난신고가 접수돼 전국에 수배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경찰 순찰차의 추격 사실을 알아챈 A군은 신호와 중앙선을 무시하며 속도를 높여 도주했다. 그 과정에서 신호를 받고 교차로에 들어서던 B군(18)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고, A군은 인근 아파트에 차량을 버리고 그대로 달아났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구급대원이 B군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뒤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사망했다.

무면허 운전끝에 사망자까지 발생한 해당 사건에서 A군을 포함한 친구 7명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피해자 유가족들의 분노가 컸음에도 이들은 모두 처벌을 받지 않았다.
촉법소년이라는 이유에서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이상 14세미만 청소년으로 현행법상 형사 미성년자에 해당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10세 미만은 범죄를 저질러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10세이상부터 14세 미만까지는 소년법 적용으로 보호처분 대상이다. 보호처분은 가정 위탁 감호부터 소년원까지 1~10호까지로 구분된다. 가장 무거운 처분인 보호처분 10호는 소년원 2년 송치다. 물론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만 14세부터 만18세까지의 소년범은 보호처분과 함께 형법 적용 대상이 된다. 법무부가 내놓은 소년법·형법 개정안은 이 같은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겠다는 게 골자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본격 시행되면 생일이 지난 현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강력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배경으로 살인, 강도, 강간 등 성폭력, 방화 등 소년 강력범죄의 증가 추세를 들었다. 나이 어린 소년범들의 각종 흉악범죄가 늘었음에도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함으로써 피해자측이 억울해하는 가 하면 촉법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까지 큰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필요할 정도로 촉법소년 범죄가 확연히 늘었을까. 파이낸셜뉴스는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비중 등을 다양한 데이터를 동원해 따져봤다.



■소년 강력범죄는 증가했나?

소년범죄 현황, 통계자료(법무부 제공).
소년범죄 현황, 통계자료(법무부 제공).
우선 법무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소년 강력범죄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최근 10년간 14~18세 강력범죄는 매년 2500~3700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년범죄 중 강력범죄 비율의 경우 2005년 2.3%에서 2020년 4.86%까지 두배 넘도록 치솟았고, 성범죄 비율도 2000년 36.3%에서 2020년 86.2%로 급증했다.

소년범에서 촉법소년(만10~14세)로 범위를 좁혀봐도 그러했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법원에 송치된 촉법소년 사건은 2017년 7897건에서 2021년 1만2502건으로 4년만에 4600여건이 늘었다. 이중에서도 2014년부터 성범죄는 매년 300~400여건 수준으로 발생했다. 한 해 3건의 살인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대측은 촉법소년 연령의 하향 조정이 강력범죄 발생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와 확증이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법무부가 개정안의 근거로 내세운 촉법소년 범죄율 증가에 상당한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의 쟁점' 보고서를 보면, 촉법소년 범죄율 증가는 적어도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는 최근 10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을 근거로, 2016년까지 감소 추세였다가 이후 증가했지만 그 수치가 2012년 대비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20년 이후 등교 제한 등의 '변수'가 어떻게 범죄 증가율 과정에 작용했는지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첨언했다.

송치가 아니라 법원에 접수된 전체 소년보호 사건을 따져보면 법무부가 내세운 소년 강력범죄율 증가의 근거와 명분은 더 모호해진다. 대법원의 '2022 사법연감'에 의하면, 법원에 접수된 전체 소년보호 사건은 2012년 5만3536건에서 2021년 3만5438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 기간 중 사건 수는 줄었지만 소년보호를 받은 대상의 경우, 2020년 2만5579명과 2021년 2만2144명으로 2년간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기준을 만13세로 설정한 근거에 대해서도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무부는 전체 촉법소년(10~13세) 보호처분 중 만 13세 비율이 약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기준 연령을 만 13세로 하향 조정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가 제시한 주요 선진국들의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연령 기준도 13세 미만인 경우가 많았다. 세부적으로 프랑스 13세 미만, 캐나다 12세 미만, 영국 10세 미만, 호주 10세 미만이다. 미국은 만 7세 등 주마다 다른 기준을 갖고 있지만 뉴욕주 등 대다수 주에서 13세 미만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국가 연령기준
프랑스 13세 미만
캐나다 12세 미만
영국 10세 미만
네덜란드 12세 미만
호주 10세 미만
뉴욕주 13세 미만

하지만 모든 선진국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유엔(UN)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형사책임 연령을 14세로 규정한 나라는 무려 33개에 달한다. 덴마크·핀란드·스웨덴·이탈리아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이 15세로 우리보다 높다. 호주는 거꾸로 기존 10세 기준을 14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연령대의 정신적·육체적 성숙도를 비롯해 연령대별 범죄 통계, 코로나19 확산시기 등교제한 변수 등을 종합적, 입체적으로 분석해 촉법소년 연령 조정을 추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 사례를 단순 숫자로만 판단해 한 인간을 평생 따라다니는 각종 범죄기록과의 연관성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편의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령 하향, 범죄율 줄일까?

그렇다면 과연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이 범죄율 감소와 범죄예방이라는 정책적 기대효과로 이어질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범죄율이 준다는 것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라는 시그널이 범죄 예방으로, 또 재범 방지 효과로 이어지는 걸 의미한다. 이는 마치 사형제 도입이 강력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과 유사한 형태다.

찬성 측은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소년범죄 예방효과를 긍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형사처분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범죄를 미리 억제하는 위화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재범 방지의 경우 형사처분을 내림과 동시에 소년범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재사회화를 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대측은 형사처벌 연령 하향 조정이 반드시 범죄 예방으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재범률만 높일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13일 국회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강력처벌이 재범 증가 역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실증 연구로 드러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년범의 재범율은 2017년 32.9%에서 2021년 30.2%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2015년 36.1%, 2016년 34.4%, 2020년 32.9% 등 2015년부터 꾸준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중 절반인 50%가 3번 이상의 범죄를 저질렀고, 6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소년 비율도 24.1%~29.5%에 달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시 범죄 예방의 강력한 방어기제로 작용할 것이란 확증 대신 전체적인 재범률만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차라리 현재 국내의 열악한 보호관찰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선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보호관찰을 받는 소년들의 재범율은 12%로 성인 대상자의 2.7배에 달한다.

보호관찰관 1명 당 125명(2022년 기준)의 소년범을 관리·감독하는데,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27.3명의 4배를 웃돈다. 소년범을 소년원으로 보내는 것은 오히려 범죄자 양산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가인권위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소년원은 수용 정원 대비 120%를 초과한 상태이고, 전국 10개 소년원 중 3개만 정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소년원 1인당 수용 면적 기준은 0.78평에 그칠 정도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재범율을 낮추려면 이들의 교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보호관찰관 제도를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소속 이제호 변호사는 "촉법소년 제도의 취지는 사회 복귀를 위한 여러 개입을 할 수 있는 법적 장치"라며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재발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제도 마련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호관찰관 증가가 재범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통계도 있다. 법무부 관련 통계 분석 결과, 성인을 포함한 전체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2020년 7.3%에서 2021년 6.4%로 낮아졌는데, 가장 큰 이유가 보호관찰관 증원에 따른 1인당 관리대상 수 감소로 나타났다.


국회 입법조사처측도 "촉법소년에 의한 강력범죄는 건수가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어 지속적 증가 추세에 있다고 평가하기는 무리"라며 "연령조정을 통한 형사처벌의 확대는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적 원인에 대응하는 실효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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