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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DNA는 못 숨긴다..알렉산드린, 진하고 고급진 풍미에 발랄한 산미까지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7 07:25

수정 2023.04.18 16:19

김관웅의 톡톡 이 와인-프랑스 북론의 떠오르는 스타 '메종 & 도멘 알렉산드린'
니콜라스 자불레 '메종 & 도멘 알렉산드린' 오너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호텔 안다즈 조각보에서 알렉산드린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니콜라스 자불레 '메종 & 도멘 알렉산드린' 오너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호텔 안다즈 조각보에서 알렉산드린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명가의 DNA는 못 숨긴다..알렉산드린, 진하고 고급진 풍미에 발랄한 산미까지

[파이낸셜뉴스] 역시 명가의 DNA는 숨길 수가 없다. 프랑스 론의 와인 명가 '폴 자불레 애네(Paul Jaboulet Aine)'는 명실상부한 북부론의 전설로 통한다. 폴 자불레 애네의 진한 과실향과 고급스런 풍미는 1834년 이후 그 만의 색깔로 분명히 자리잡고 있다.
2006년 우여곡절끝에 그 와이너리는 자불레 가문의 손을 떠났지만 자불레 가문의 6대 손 니콜라스 자불레((Nicholas Jaboulet)가 만드는 알렉산드린(Les Alexandrins)은 불과 8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와이너리임에도 와인을 빚어내는 솜씨가 놀라울 정도다. 와인잔을 기울이면서 문득 먼저 스친 생각은 "DNA라는 게 이렇게 무섭구나"였다.

니콜라스 자불레는 2015년부터 '메종 & 도멘 알렉산드린' 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철학과 떼루아를 존중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북론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와인전문지 디캔터(Decanter)는 2017년 그의 거의 모든 와인에 대해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호텔 안다즈의 '조각보'에서 프랑스 북부론의 떠오르는 스타 니콜라스 자불레가 만드는 알렉산드린 와인 몇 종을 경험할 좋은 기회가 있었다. 와인수입사 에노테카가 주최한 이 날 행사에 나온 와인은 도멘 알렉산드린 에르미타쥬 블랑 2019(Domaine Les Alexandrins Hermitage Blanc 2019), 도멘 알렉산드린 크로제 에르미타쥬 루즈 2017(Domaine Les Alexandrins Croze-Hermitage Rouge 2017), 도멘 알렉산드린 생 조셉 2019(Domaine Jes Alexandrins Saint Joseph 2019), 메종 알렉산드린 코르나스 2019(Maison Les Alexandrins Cornas 2019) 등 4종이다.

메종 & 도멘 알렉산드린 와인들.
메종 & 도멘 알렉산드린 와인들.


메종 & 도멘 알렉산드린 와인들.
메종 & 도멘 알렉산드린 와인들.


에르미타쥬 블랑을 제외한 3종 와인은 모두 론의 상징 시라(Syrah) 100%로 만드는 와인이지만 각기 전혀 다른 맛과 향을 보여줬다. 같은 품종의 포도를 같은 사람의 손을 거쳤지만 서로 다른 떼루아는 이들 와인에 명확한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에노테카 관계자는 "알렌산드린 와인은 정말 뛰어난 품질에도 의외로 가격대가 높지 않은 말 그대로 '가성비 와인'이라는 점을 알면 더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미타쥬 블랑 2019..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면 깜짝 놀랄듯
론의 귀족적인 화이트 품종 마르산(Marsanne), 루산(Roussane)을 50%씩 섞어 만든 와인이다. 잔에 따라진 반짝이는 노란 골드빛이 굉장히 인상적인 와인이다. 잔을 가까이 하면 제일 먼저 벌꿀향이 반긴다. 이어 흰색 계열의 꽃 향과 잘 익은 배 향도 느껴지는데 잔을 스월링할수록 고급스런 이스트 향이 올라온다.

도멘 알렉산드린 에르미타쥬 블랑 2019(Domaine Les Alexandrins Hermitage Blanc 2019).
도멘 알렉산드린 에르미타쥬 블랑 2019(Domaine Les Alexandrins Hermitage Blanc 2019).


입에 넣어보면 굉장히 진한 과실 향과 이스트 향이 지배적이다. 특히 마르산, 루산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산도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 품종은 굉장히 우아하고 고급스런 향이 특징이지만 과실 향이 강하지 않고 산도가 낮은 게 단점이다. 하지만 이 와인은 전혀 다르다. 방금 수확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진한 과즙이 연상되며, 신선한 산도는 정말 일품이다. 몇몇 전문가는 이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면 품종을 맞추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지고 나면 아주 진한 허니 노트와 갓 구워낸 빵 내음이 입속에 남는다. 굉장히 맛있고 인상적인 와인이다.

도멘 알렉산드린 크로제 에르미타쥬 루즈 2017(Domaine Les Alexandrins Croze-Hermitage Rouge 2017).
도멘 알렉산드린 크로제 에르미타쥬 루즈 2017(Domaine Les Alexandrins Croze-Hermitage Rouge 2017).


■크로제 에르미타쥬 2017..진한 과실향에 강력한 산도까지 일품
알렉산드린이 직접 소유한 밭의 고목에서 따낸 시라 100% 와인이다. 진한 루비빛과 보랏빛이 섞인 반짝이는 와인이다. 잔에서는 잘 졸여낸 블랙커런트 향이 묵직하게 출렁댄다. 전체적인 향은 낮게 쫙 깔려있어 마치 짙은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다. 잔을 아무리 스월링해도 시라 특유의 매콤한 향은 전혀 없다. 그만큼 포도가 아주 완벽하게 익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에 흘려보면 잔에서의 느낌 그대로다. 질감은 꽤 무거우며 출렁대는 과즙은 주로 검은 계열이다. 그러나 산도가 미디엄하이 혹은 하이 수준으로 높아 와인이 아주 발랄하다. 타닌은 덩어리진 느낌이지만 아주 얇게 내려앉았다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면 약간의 초콜릿, 커피 향도 느껴진다. 와인이 입에서 머물고 난 후 잘근잘근 씹히는 질감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감칠맛과 함께 기분좋은 산도가 피니시로 계속 이어진다.

도멘 알렉산드린 생 조셉 2019(Domaine Jes Alexandrins Saint Joseph 2019).
도멘 알렉산드린 생 조셉 2019(Domaine Jes Alexandrins Saint Joseph 2019).


■생 조셉 2019..신선한 과즙 향과 트러플 향 진짜 반전이네
생 조셉은 크로제 에르미타쥬보다 색깔이 다소 옅다. 보랏빛과 루빗빛이 섞인 굉장히 빛나는 와인이다. 잔에서는 굉장히 신선한 과즙향이 먼저 반기는데 색깔과 다르게 향은 그냥 온통 블랙 계열이다. 잔을 흔들면 산도가 좋은 와인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향과 함께 감칠맛 나는 트러플 향이 느껴진다. 트러플 향은 시간이 갈수록 진해진다.

입에 넣어보면 좋은 산도와 함께 묻어오는 타닌이 인상적이다. 타닌은 아주 잘게 쪼개져 있으며 입안 전체에 두텁게 쌓인다. 질감은 색깔과 반대로 완전 풀바디 수준이지만 힘이 세다는 생각보다 와인이 굉장히 우아하다는 느낌을 준다. 와인이 입안에서 사라지고 나면 블랙 계열의 과실 향과 약간의 초콜릿 향이 높은 산도와 함께 피니시로 이어진다. 와인의 산도는 입속에 처음 들어올때보다 피니시에서 더 치솟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 산도는 더 높아지는 느낌이다.

메종 알렉산드린 코르나스 2019(Maison Les Alexandrins Cornas 2019).
메종 알렉산드린 코르나스 2019(Maison Les Alexandrins Cornas 2019).


■코르나스 2019..검은 과실향이 폭발..그런데 왜 이렇게 발랄하지?
북론의 가장 남쪽 코르나스에서 자라는 시라 100%의 와인이다. 코르나스 지역은 남쪽 론강의 우안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높은 고도와 강력한 일조량이 특징이다. 이로인해 검은 자두와 블랙커런트 등 검은 과실 향이 강하며 뛰어난 산도가 일품이다. 와인 색깔은 진보라보다 그냥 검은색에 가깝다. 잔을 가까이 하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블랙커런트 향이다. 아주 고가의 와인에서 느껴지는 잘 졸여진 고급스런 블랙커런트다. 여기에 트러플 향과 붉은색 계열의 꽃향이 강하게 묻어 들어온다. 앞의 와인들도 향이 굉장히 좋았지만 코르나스는 확실히 체급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잔을 기울이면 색깔 못지않게 진한 밀도가 인상적이다. 혀에 떨어져 입속을 채우는 느낌이 여지없는 풀바디 와인이다. 그러나 산도가 워낙 좋아 와인이 경쾌하고 우아하다. 타닌은 아주 잘게 쪼개져 있는데 얇고 부드럽게 깔려 실키한 느낌을 준다.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지고 난 후 남는 것은 블랙커런트 향과 우아한 산도. 적어도 서너숨 이상 길게 이어진다. 그동안 경험한 코르나스 와인 중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와인이다.
호텔 안다즈의 조각보에서 서빙된 스테이크는 좋은 마리아주를 이뤘다.
호텔 안다즈의 조각보에서 서빙된 스테이크는 좋은 마리아주를 이뤘다.

호텔 안다즈의 조각보에서 서빙된 닭가슴살 스테이크는 좋은 마리아주를 이뤘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호텔 안다즈의 조각보에서 서빙된 닭가슴살 스테이크는 좋은 마리아주를 이뤘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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