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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패권경쟁 속 美 택했다… 한일관계 과거 아닌 미래에 초점 [尹정부 1년 성과와 전망]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04 18:19

수정 2023.05.04 18:19

(5) 외교·안보
취임 직후 바이든 방한으로
외교무대 데뷔작 치른 尹대통령
최근 방미로 '워싱턴 선언' 끌어내
日과는 강제징용 해법 제시하며 文정권때 끊어진 관계 복원
북·중·러와는 대립구도 심화
일각에선 '균형외교' 주문도
G2 패권경쟁 속 美 택했다… 한일관계 과거 아닌 미래에 초점 [尹정부 1년 성과와 전망]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년 외교 키워드는 '한미동맹 재건'과 '한일관계 정상화'로 정리된다. 취임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한미정상회담을 외교 무대 데뷔작으로 치른 윤 대통령은 최근엔 미국 국빈 방문 과정에서 한미 간 확장억제 실행력을 끌어올린 '워싱턴 선언'을 채택해 성과를 거뒀다. 에미리트연합(UAE) 순방에선 300억달러(약 40조원) 투자 유치를 이뤄냈고,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방식 변제 해법안 제시로 정상화 단계로 진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예정된 G7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에서도 북·중·러 공조에 맞서 한·미·일 공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경쟁이 첨예해지는 국제정세 속에 일각에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외교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고조되는 북핵 위협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윤 대통령의 한·미·일 공조 중심 외교는 바뀌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일 공조에 집중한 尹

4일 대통령실이 정리한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변화를 살펴보면 대통령실은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변화에 대해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정상화로 굳건한 안보 토대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 간 워싱턴 선언 채택으로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확고히 해 한미 안보동맹을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내부 평가다. 이와 관련, 워싱턴 선언이란 상징적 용어로 북핵 위기 대응에 상징적인 성과를 각인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워싱턴 선언 자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내 민주당과 공화당 간 전통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높여 지속가능한 선언 체제를 다져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기존 한일 관계에 대해 "파탄상태"였다고 지적하면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한 것 또한 주요 성과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국내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 해법안을 먼저 제시하면서 한일 관계 정상화에 불을 댕겼고, 지난 3월엔 일본을 방문해 셔틀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오는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답방하기로 하면서 셔틀외교는 12년 만에 완전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현재 한일 양국 간 수출규제가 철회되고,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재지정한 데 이어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완전 정상화로 경제와 안보 협력이 확대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일본과의 이 같은 협력 확대 추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부터 외쳤던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미국도 이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 당선 확정 첫날부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성사시키며 한미동맹 강화에 힘을 쏟았고, 윤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 한미동맹 격상의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순방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에 대한 3국 간 군사적 안보협력을 재개키로 해 한·미·일 공조는 본격화됐다. 이어진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빡빡한 다자 간 정상회의 일정에도 한·미·일 3자 회의를 하며 협력 체제를 공고히 했고, 미국과 일본 정상들과도 따로 수차례 만나 한미·한일 간 경제·안보 협력 틀을 점검했다.

■미·중 패권경쟁에도 한미동맹 강화

미·중 패권경쟁이 가시화되면서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첨단과학 기술분야로 넓히며 동맹 체계를 공고히 해 중국 견제 과정에서 우리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없애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실제 미국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측과 협상 과정에서 "한국은 동맹이기 때문에 동맹 상호 간의 이익의 공유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 존중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군사적 역량 강화에 있어 필수요소가 '반도체'라고 판단,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으로 중국의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고도화를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IRA와 반도체법으로, 중국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제한토록 하는 데 이어 중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을 제한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의 보조금 차별과 기밀유출, 투자제한 등 피해가 우려되자 우리 정부는 미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 한미동맹을 강화해 예외조항 등으로 피해 최소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미국에서 반도체법과 IRA가 시행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생산, 미국 일자리 창출을 한미 관계의 중요한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결국 우리 외교역량에 한미 관계의 새로운 70년이 달려 있다"고 주문했다.

■긴장 속의 중·러 관계, 尹 대응은

북핵 위협에 맞서 북·중·러 3국의 공조도 한·미·일 3국 공조에 맞서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방위로 대중 견제에 나서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와 간접적으로 전쟁을 치르자 북한은 행동대장으로 대남, 대미 도발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모스크바에서 의기투합해 북한을 두둔하면서 동북아 질서는 '한·미·일 vs 북·중·러'간 대립구도로 심층 전개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외면하고 미국·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주력하는 것은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급변사태 시 원활한 해결, 평화통일 모두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적절한 수준으로 외교의 균형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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