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 쓰고 사형 故오경무씨, 56년 만에 재심…檢 "조작 없었다"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북한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집행당한 故오경무씨의 첫 재심에서 검찰이 "조작된 사건이 아니다"면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8일 경무씨와 그의 여동생이 함께 신청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첫 재심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변호인은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자 사건이라 주장하지만, 북한 공작원이 밀입국해 간첩 지령을 받는 등 북한과 직접적인 실체가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작된 사건도 아니며 당시 불법 구금 등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검찰이 피고인 측과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판부는 양측이 증거를 제출하고 증인을 신문하는 등의 통상적인 공판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오씨 측 변호인은 공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가 지난달 17일 재심을 결정할 당시 검찰도 수용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어 "당시 검찰이 불법 구금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어 받아들이겠다는 의견서를 냈었다"면서 "의견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미 같은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돼 확정되기도 했다"며 "검찰이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재판을 시작한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짓던 오경대씨(경무씨의 남동생)는 1966년 6월 "일본에서 무역업을 가르쳐 주겠다"는 이복형의 말에 속아 배에 올라탔다 납북됐다.
경대씨는 이복형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이복형은 다시 제주로 내려와 경무씨를 데려갔다.
북한에서 사상교육을 받고 풀려난 경무씨는 월북 사실을 스스로 중앙정보부에 알렸는데, 당시 수사관들은 오씨 형제들을 모두 체포했다.
법원은 1967년 4월 경대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경무씨는 반공법상 금품수수, 특수목적 잠입·탈출, 국가보안법상 군사목적수행 간첩미수 등 혐의로 사형을 당했다.
여동생 오모씨는 반공법상 편의제공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재판부에 제출한 재심청구서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의 폭행·고문 정황이 드러나 있다.
경무씨는 1968년 직접 작성한 상고이유서에 "자신의 진술은 사실을 인정해야 재판에서 동정을 받는다는 수사관의 충고에 따른 것"이라며 "강물에 밀려가는 생명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살려는 욕망에서 순응했다"고 적었다.
경대씨는 1967년 직접 작성한 탄원서에서 "모진 고문으로 임시 살겠다는 희망 때문에 이야기하는 대로 진술서를 쓰게 하고 그 진술서로 조서를 꾸몄다"며 "정말 빨갱이 아닌 빨갱이가 되어 죽음만 같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미 경대씨는 불법체포·불법감금 상태에서 폭행·고문당한 사실을 인정받으면서 지난 2020년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를 종합해 지난달 17일 이들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