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강 치맥에 과태료는 과해" "음주사고 막는 것이 우선" [입장 들어봤습니다]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3 18:04

수정 2023.06.13 18:04

이슈스테핑
한강공원 금주구역 지정 추진
서울시 '조례 개정안' 의회 제출
시민의견수렴 예고에도 찬반 팽팽
배달음식에 캔맥주 이미 대중화
"해외에도 알려진 한국 관광코스"
"사고 때문이면 해변서도 막아야"
손정민씨 사건 후 부정적 의견도
사고 난 후에 수습하는 식 안돼
술판·쓰레기로 다른 사람에 피해
서울시가 최근 도시공원과 하천·강·대중교통시설 등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는 조례 개정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개정안 통과 후 서울시가 한강공원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면 지금은 흔히 볼수 있는 '한강 치맥'이 사라질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코로나 거리두기를 계기로 밤 10시 이후 시민들의 음주를 제한하는 모습. 뉴스1
서울시가 최근 도시공원과 하천·강·대중교통시설 등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는 조례 개정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개정안 통과 후 서울시가 한강공원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면 지금은 흔히 볼수 있는 '한강 치맥'이 사라질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코로나 거리두기를 계기로 밤 10시 이후 시민들의 음주를 제한하는 모습. 뉴스1
한강공원에서의 '치맥'(치킨과 맥주)이 금지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시가 한강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근거를 담은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지난 2021년 6월 일정 장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개정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에 따른 조례 정비 차원이다. 관련해 서울시는 최근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청사, 어린이집, 유치원, 도시공원, 하천·강, 대중교통시설 등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개정안 시행은 공포 후 12개월이 지나야 하며 금주구역 운영은 별도 지정 고시가 필요한 만큼 당장 한강에서의 치맥이 금지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서도 한강공원을 금주지역으로 설정하기까지는 시민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한강공원 금주구역 설정에 대해 시민들은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한공강원에서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고 간단한 음주를 즐기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은 상황에 규제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분위기가 존재한다. 실제 한강공원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캔 맥주를 즐기는 모습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반면 한강공원에서 음주에 의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만큼 금주구역 설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전사고가 아니더라도 대량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등으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한강공원 음주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 "한강치맥은 관광코스인데"

한강공원 음주를 찬성하는 쪽은 문화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이미 벚꽃축제와 같은 행사는 물론이고 주말이나 퇴근 이후에 한강공원을 찾아 캔맥주 등을 마시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드라마를 통해 이른바 '한강치맥'·'한강라면' 등의 이름으로 해외에도 알려져 관광 코스로도 자리잡았다.

서대문구 사는 직장인 홍모씨(29)는 "한강치맥은 낭만이 있는데 (음주 금지가 된다면) 아쉽다"며 "(한강치맥은) 치킨집에서 치맥을 먹는 것과는 다르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는데 존중해 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반포동에 사는 회사원 A씨(32)도 "한강공원에서 술을 못 마시게 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며 "시간이 나면 친구랑 함께 하거나 혼자서 한강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취미생활이다. 서울시에서 조례를 변경하면 앞으로 한강공원에서는 술을 못 마시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한강공원 내 음주 금지가 통제의 일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반감을 표현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학생 김모씨(25)는 "(한강공원 금주구역 지정은) 통제가 늘어나는 것 같아 반감이 든다"며 "한강공원이 명소로 되면서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더 많을 것인데 왜 막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직장인 이모씨(26)도 "(한강공원이) 특별히 위험한 지역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만약 한강공원에서 음주를 하다가 물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이유라면 모든 해변을 대상으로 음주를 금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원과 거리에서 음주를 규제하는 나라가 많으니 우리나라에서도 금지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이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조사 대상 164개국 중 공원과 거리에서 음주를 규제하는 나라는 71개국이다. 미국 46개 주에선 '오픈 컨테이너 법'에 따라 술병을 딴 채로 차에 두거나 들고 길을 걷기만 해도 처벌을 받는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모씨(36)는 "해외 모든 나라가 공원에서 음주를 금지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용인하는 경우도 많다. (한강공원 내 음주가) 이미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없애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공원 내 음주에 따른 환경이나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면 음주 금지에 앞서 다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고 전했다.

■ "쓰레기·소음 줄이려면 금지해야"

한강공원을 음주 금지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의 시민들은 지난 2021년에 있었던 손정민씨 사망 사고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학생 손정민씨는 지난 2021년 4월 25일 새벽 3~5시께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밤새 친구와 함께 음주를 하고 잠을 자다가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안타까운 사고를 추모하며 한강공원 내 음주를 금지하는 등의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공무원 권모씨(29)도 "사고도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음주 금지를 찬성한다"며 "사고가 날 장소에서 술 마시는 건 허용해 두고 사고가 나면 수습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잠원동에 사는 프리랜서 김모씨(32)는 "2년 전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처럼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취해 위험한 장난을 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한강공원에서 술을 못 마시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 소음과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관련해 김씨는 "목요일 저녁부터 잠수교 인근 한강공원에 가면 맥주 등을 마신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한강공원을 찾아 여가를 즐기는 것은 환영하는 일이지만, 술판을 벌이면서 시끄럽게 구는 것은 용납이 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강공원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씨(30)도 "야간에 늦은 퇴근할 때면 술 먹고 고성방가하는 사람들 때문에 보기 안 좋았던 경험이 있다"며 "공원에서 술 좀 못 먹는다고 일상생활에 그렇게 큰 불편함이 있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반포동에 사는 회사원 구모씨(32)는 "동네 주민으로서 주말께 집 앞 한강공원에 가면 한강변에서 치맥을 하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냄새가 나고 보기에도 흉하다"며 "이런 생활 속 불편함이 사라질 것 같아서 (한강공원 음주 금지 추진이) 반갑긴 하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김동규 노유정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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