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병목현상 미호천교 지점에 '흙둑'이라니…"붕괴 어쩌면 당연"

뉴스1

입력 2023.07.19 11:57

수정 2023.07.19 14:09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시작이 된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 현장. 참사 사흘이 지난 18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임시 제방에 방수포와 함께 모래주머니가 둘러져 있다. 2023.7.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시작이 된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 현장. 참사 사흘이 지난 18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임시 제방에 방수포와 함께 모래주머니가 둘러져 있다. 2023.7.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017년 7월 미호천교 주변 침수피해 상황.(용역보고서 갈무리) / 뉴스1
2017년 7월 미호천교 주변 침수피해 상황.(용역보고서 갈무리) / 뉴스1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과거부터 홍수 취약구역으로 분류된 청주 미호천교 지점의 흙으로 쌓은 임시제방은 애초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호천교 지점의 하폭은 350m로 상·하류 450~550m보다 매우 협소하다. 폭우 때는 병목현상이 일어 미호강 어느 구간보다 수압이 높고, 물살이 강하다.

기록적인 폭우로 청주지역 곳곳이 침수된 2017년 7월16일 호우피해 원인을 분석하고 저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충북도가 2018년 12월 만든 용역 보고서에는 하천제방을 확장하면 병목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기존 하천제방으로도 역부족인 미호천교 지점에서 자연제방을 허물고 흙으로 임시 제방을 축조했으니 사고는 당연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미호천교 신설 등을 포함한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사업을 하고 있다. 다리를 새로 놓기 위해 교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존 제방을 없애고 임시제방을 쌓았다.

문제는 이 임시제방이 병목현상을 견딜 만한 수준이었냐는 것이다.

행복청은 많게는 흙 1톤 정도를 채워 만든 중량마대(톤백)로 제방을 올린 뒤 천막을 덮을 것이라는 임시 제방 시공계획을 수립했으나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제방 상부는 흙을 덮어 쌓아 올리고, 천막도 일부만 덮었다고 주장한다.

주민 주장대로 임시 제방 하단부만 중량마대를 쌓고 그 위에 흙 덮어 다졌다면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미호천교 지점에서는 붕괴 위험성이 훨씬 크다.

지난 15일 궁평2지하차도 참사 당일에도 공사 발주처인 행복청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임시 제방에 흙을 쌓아 올리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궁평지하차도 사고 직전 오전 8시30분 미호천교 지점 수위는 10.1m까지 올랐다. 계획홍수위(9.2m)를 초과한 심각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기존 제방고(12.9m) 높이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임시 제방이 붕괴하면서 강물은 주변 지역으로 빠르게 밀려 나갔다.

주민들은 폭우로 매년 미호천교 주변이 침수되기는 하지만 이처럼 순식간에 강물이 덮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기록적인 폭우가 있었던 2017년 7월16일 오후 2시10분 미호천교 지점 수위는 최고 9.3m까지 올랐고, 홍수경보는 5시간50분 동안 유지됐지만 '쓰나미'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정황상 흙둑이나 마찬가지인 임시 제방이 부실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시와 같은 폭우 상황에서 미호천교 임시 제방은 '사상누각'과 같다고 진단한다.

토목 전문가들은 "원인을 분석해 봐야 알겠지만 미호천교와 같은 병목지역에 흙으로 제방을 쌓으니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시공 자체를 흙이 아닌 전부 중량마대로 이중 삼중 벽을 쌓아야 버틸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임시 제방을 더 보강해 달라는 주민 민원도 행복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