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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의대정원 확대 골든타임 놓치는 우 범하지 말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17 18:33

수정 2023.10.17 18:33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보류
의료계의 대승적 수용 필요
지난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미래에 상당 규모의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지난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미래에 상당 규모의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야당과 의사협회,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이라는 암초를 만나 난항 중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18년째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2025년 입시부터 대폭 늘리는 방안을 19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연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기로 했다. 의협은 지난 2020년 정부가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자 총파업과 집단휴진을 벌인 바 있다.
일부 의대생은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이번에 정부가 파격적인 의대 정원 확충안을 들고 나온다면 다시 파업에 들어갈 심산이다.

의대 정원 확대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 시 반드시 지역의대 신설 및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공공의대 설립이 의대 정원 확대의 선결요건임을 분명히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사회적 쟁점화될 경우 어떻게 매듭 지어질지 현재로서는 예측불가 상태이다.

정원 확대 폭과 공공의대 신설 및 지역의사제 도입이 변수이다. 확대 폭은 최대의 뇌관이다. 2021년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소 5500명의 정원을 늘려도 30년 후에야 한국의 인구당 의사 수가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과 OECD 평균 사이 격차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당장 2535명의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1000~3000명까지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확전을 피하기 위해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인력난 해소를 위한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할 생각이다. 그 대신 지방 중심의 확충안을 내놓아 지역의료 인프라를 개선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지방의대 중심의 정원 확대방안 제시가 유력하다.

우리 사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국민 3명 중 2명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응급실, 외과,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이 심각하다.
특히 지방의료 인프라는 붕괴 일보 직전이다. 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다양한 대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2020년에 실패한 의료개혁의 골든타임을 또다시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고, 의료계는 직역 이기주의를 떠나 국민의 건강권을 대승적으로 수용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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